김윤경_200911_콩이 부른 살육 전쟁: 살충제 세례를 받은 과라니족 원주민들
11월 6일 파라과이 동부 지역, 알토 파라나(Alto Parana) 지방의 이타키리(Itakyry)에서 200여 명의 과라니족 원주민들에게 비행기로 대량의 살충제가 살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들 중 몇몇 사람은 상태가 심각했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사람은 건강상태가 호전되었다. 이 사건은 브라질 콩 생산자들이 비행기로 과라니족 원주민들에게 살충제를 퍼부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과라니족 원주민들이 조상대대로 농사지으면서 살고 있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토지를 내놓을 것을 요구해왔다. 과라니족 원주민들이 거기에 불복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이같이 잔인무도한 짓을 한 것이다. 그들은 원주민 공동체에 공급되는 상수원까지 오염시키며 원주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부 대표로 보건부 장관 에스페란사 마르티네스(Esperanza Martinez)를 이 지역에 급파했다. 그는 이 사건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원주민들에게 곧 사건 진상 파악 작업에 착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원주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11월 9일 수도 아순시온(Asunci?n)의 중앙 광장에 원주민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원주민들 수백 명이 모여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국회로 행진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의 콩 생산자들과 이 지역 원주민들 간의 토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콩 생산자들은 이 지역에 사는 과라니족 원주민들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과라니족 원주민들이 항소를 했고 그 결과 원주민들의 추방이 중지되었다. 그러자 콩 생산자들은 원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로 결심했다. 살충제 살포 사건 발생 당일, 그들은 원주민들을 실어 나를 차들을 여러 대 몰고 이 지역에 나타났다. 과라니족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토지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이에 맞섰다. 결국 콩 생산자들은 차들을 철수하며 일단 물러났다. 하지만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원주민들이 사는 거주 지역 상공에 비행기가 나타났다. 그 비행기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천인공노할 일이었다.
사실, 콩 생산자들과 원주민들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갈등이 더욱 악화되었다. 콩에 대한 수요는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중국으로의 콩 수출이 급증하게 되면서 콩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하여 콩 재배가 가장 각광받는 산업으로 붐을 이루게 되자, 지난 5년 동안 파라과이의 콩 생산은 무려 69%나 증가했다. 2007년 농림부의 통계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전체 농업 생산량의 38%가 콩이었으며,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콩 수출 국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콩 생산자들의 토지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게 되었다. 콩 생산자들은 원주민 공동체들의 토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재 기간 동안(1954-1989) 불법으로 취득했다가 원주민들에게 돌려준 토지에 대한 권리를 새삼 주장하고 나섰다. 1996년-1997년에 국가기구인 파라과이 원주민 연구소(Instituto Paraguayo del Indigena, INDI)가 과라니족 원주민들을 대신해서 취득한 토지 2638 헥타르에 대해, 콩 생산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다. 그들은 최근 파라과이 동부 국경지역으로까지 콩 재배를 확장하고 있는 브라질 콩 생산자들이었다.
법적인 싸움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콩 생산자들은 강제로 원주민들을 토지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처럼 콩 재배에 쓰는 농약을 공중 살포하여 원주민들을 아예 죽이려 하는가 하면, 경작지 확장을 위해 학교를 파괴하고 심지어는 공동묘지까지 훼손했다. 이처럼 토지를 둘러싼 콩 생산자들과 원주민들의 싸움은 너무나 비인간적이었으며 전쟁을 방불케 했다. 파라과이의 이러한 상황을 ‘콩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쟁’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콩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원주민들은 도시로 나가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거나 길거리를 헤매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도 아순시온의 원주민들의 수가 급증했다. “대이동(exodus)"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수의 원주민들이 도시의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공동체에 버티고 남아 있는 원주민들조차 언제 쫓겨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다.
콩으로 인한 전쟁은 자연에도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콩 열병’을 앓고 있는 콩 생산자들은 토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량의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남용된 살충제는 토지뿐 아니라 수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콩 생산을 위한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서 울창한 숲을 제거하고 있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의 최대 원천인 ‘세계의 심장’ 아마존 밀림 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훼손되고 있다. 콩이 부른 살육 전쟁은 이제 원주민을 넘어서 전 인류까지 위협하고 있다.
정부는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했다. 정부 대표로 보건부 장관 에스페란사 마르티네스(Esperanza Martinez)를 이 지역에 급파했다. 그는 이 사건이 가져온 처참한 결과를 직접 눈으로 보고 원주민들에게 곧 사건 진상 파악 작업에 착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원주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았다. 11월 9일 수도 아순시온(Asunci?n)의 중앙 광장에 원주민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원주민들 수백 명이 모여 강력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국회로 행진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사건의 발단은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의 콩 생산자들과 이 지역 원주민들 간의 토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콩 생산자들은 이 지역에 사는 과라니족 원주민들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과라니족 원주민들이 항소를 했고 그 결과 원주민들의 추방이 중지되었다. 그러자 콩 생산자들은 원주민들을 강제로 쫓아내기로 결심했다. 살충제 살포 사건 발생 당일, 그들은 원주민들을 실어 나를 차들을 여러 대 몰고 이 지역에 나타났다. 과라니족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토지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며 이에 맞섰다. 결국 콩 생산자들은 차들을 철수하며 일단 물러났다. 하지만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원주민들이 사는 거주 지역 상공에 비행기가 나타났다. 그 비행기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살충제를 대량으로 살포하기 시작했다. 천인공노할 일이었다.
사실, 콩 생산자들과 원주민들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콩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러한 갈등이 더욱 악화되었다. 콩에 대한 수요는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후반에 중국으로의 콩 수출이 급증하게 되면서 콩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하여 콩 재배가 가장 각광받는 산업으로 붐을 이루게 되자, 지난 5년 동안 파라과이의 콩 생산은 무려 69%나 증가했다. 2007년 농림부의 통계에 따르면, 파라과이의 전체 농업 생산량의 38%가 콩이었으며,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콩 수출 국가가 되었다.
이에 따라 콩 생산자들의 토지에 대한 수요 또한 급증하게 되었다. 콩 생산자들은 원주민 공동체들의 토지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독재 기간 동안(1954-1989) 불법으로 취득했다가 원주민들에게 돌려준 토지에 대한 권리를 새삼 주장하고 나섰다. 1996년-1997년에 국가기구인 파라과이 원주민 연구소(Instituto Paraguayo del Indigena, INDI)가 과라니족 원주민들을 대신해서 취득한 토지 2638 헥타르에 대해, 콩 생산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법적인 행동을 취한 것이다. 그들은 최근 파라과이 동부 국경지역으로까지 콩 재배를 확장하고 있는 브라질 콩 생산자들이었다.
법적인 싸움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콩 생산자들은 강제로 원주민들을 토지에서 쫓아내려고 했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처럼 콩 재배에 쓰는 농약을 공중 살포하여 원주민들을 아예 죽이려 하는가 하면, 경작지 확장을 위해 학교를 파괴하고 심지어는 공동묘지까지 훼손했다. 이처럼 토지를 둘러싼 콩 생산자들과 원주민들의 싸움은 너무나 비인간적이었으며 전쟁을 방불케 했다. 파라과이의 이러한 상황을 ‘콩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쟁’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콩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원주민들은 도시로 나가 수공예품을 만들어 팔거나 길거리를 헤매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수도 아순시온의 원주민들의 수가 급증했다. “대이동(exodus)"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수의 원주민들이 도시의 길거리에 나앉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공동체에 버티고 남아 있는 원주민들조차 언제 쫓겨날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다.
콩으로 인한 전쟁은 자연에도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고 있다. ‘콩 열병’을 앓고 있는 콩 생산자들은 토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다량의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남용된 살충제는 토지뿐 아니라 수질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콩 생산을 위한 경작지를 늘리기 위해서 울창한 숲을 제거하고 있다.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의 최대 원천인 ‘세계의 심장’ 아마존 밀림 지역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훼손되고 있다. 콩이 부른 살육 전쟁은 이제 원주민을 넘어서 전 인류까지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