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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라울 카스트로 의장 “평등은 권리와 기회의 평등”

2008-07-17l 조회수 3146


기사입력 2008-07-13 18:04 
 [쿠키 지구촌]북한과 함께 마지막 남은 ‘공산주의 국가’로 통하는 쿠바가 일방적 평등 분배를 넘어서 ‘실용적 공산주의’를 선언했다. 새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평등은 소득을 똑같이 배분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용한’ 개혁을 추진해온 그의 이같은 선언은 쿠바가 본격적으로 시장경제를 융합한 중국식 사회주의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카스트로 의장은 11일 국영 TV를 통해 녹화 방송된 국가평의회 연설에서 “우리 국민이 경제적으로 생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실천 가능하고 현실적인 공산주의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평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출되는 과도한 국가 보조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주의가 사회적 정의와 평등을 의미하지만 이는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지 소득의 평등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그가 평등사회 건설을 외쳤던 형 피델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쿠바 국가평의회는 지난 2월 피델의 후계자로 동생 라울이 선출된 후 처음 회의를 열었다.

그동안 라울 집권이후 개혁 조치들은 비교적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진행돼 왔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절대적 평등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임금상한제를 폐지한 것이다. 쿠바 국민들은 교육 의료 주택 등의 무상 지원을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받고 하루 평균 19.5달러의 임금을 똑같이 지급받아왔다. 쿠바 정부는 임금상한제를 부분적으로 폐지하면서 소득 동기 부여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는 최근 운송 분야에 개인 계약자의 활동을 허용했으며 농업분야에서도 부분적인 사유화 조치를 단행했다. 또 개방 정책의 일환으로 휴대전화 도입, 내국인들의 호텔 사용 허가 및 여행 자유화 조치들도 시행했다.

라울은 연설에서 쿠바 공산주의의 수정을 언급하면서도 개혁의 속도 조절 필요성도 제기했다. 급작스레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경계하고 국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는 임금 상한제 폐지와 관련, “우리 모두 좀 더 빠르게 향상되길 원하지만 세계 경제의 동요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수 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정년 연장 법안 지지 의사도 밝혔다. 현재 국가평의회에는 남자 60세, 여자 55세의 정년을 각각 5년씩 연장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다.

그동안 형에 비해 비교적 유화적인 대미국 관점을 보였던 것과 달리 강력한 비판 발언을 쏟아낸 점도 특이하다. 그는 “최근 우리가 취한 조치에 대해 대통령에서 (백악관) 대변인까지 모든 미국 관리들이 불충분하다거나 가식적이라 폄하했다”면서 “적(미국)들은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만 가중시켜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