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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對쿠바정책 수정할까

2008-12-12l 조회수 2847


기사입력 2008-12-09 01:52 |최종수정2008-12-10 09:10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의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가 적대관계를 거듭해온 쿠바관계를 수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과 쿠바와의 관계는 1959년1월 피델 카스트로가 아바나를 점령하면서 냉각되기 시작, 60년 경제봉쇄 그리고 61년 쿠바가 소련과 동맹관계를 맺으면서 외교관계 단절로 이어졌다.

또 61년 미국이 훈련한 쿠바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한 피그만 침공사건과 쿠바내 소련 미사일 기지 건설이라는 `미사일 위기'를 겪으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국은 62년 카스트로 정권이 현지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재산을 몰수하자 무기 금수조치를 확대해 다양한 농공산품들을 포함시켰고, 91년에는 쿠바민주화지원법으로 냉전 시대의 유산인 이 조치들을 법제화했다.

40여년간 이어져 온 적대관계는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쿠바에 대한 농산품 및 의약품 판매를 일부 허용해 일부 변화를 맞기도 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내 친인척 방문을 3년에 1회로 제한하고, 송금액도 연간 1천20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등 큰 변화없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 5월 마이애미에서 행한 연설에서 쿠바계 미국인들이 자유롭게 쿠바의 친인척을 방문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하고, 친인척에 대한 송금 제한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쿠바계 미국인들이야말로 쿠바에 자유를 전할 사절로서 최적임자"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쿠바정책의 수정을 시사한 오바마의 당선을 계기로 미국의 쿠바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이를 반증하듯 상공회의소, 전국소매업연맹 등 미국 재계 단체들은 4일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와 여행제한의 조기 완화, 허리케인 피해복구를 위한 농기계와 중장비의 금수조치 대상 해제 등 쿠바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재검토를 오바마 당선자에게 요구했다.

빌 델라헌트 하원의원(민주, 매사추세츠주)은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제 쿠바정책을 보다 긍정적으로 추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내 상황변화에 맞춰 병석의 카스트로도 최근 공산당 기관지인 그란마 등에 게재된 글을 통해 오바마 당선인을 대화가 가능한 인물로 평가한다며 그가 원한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쿠바측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대화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쿠바정책 수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쿠바 출신의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제재조치 완화는 카스트로 독재정권의 유지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쿠바의 개혁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케네디 대통령 이후 9대에 걸쳐 쿠바에 대한 제재 및 봉쇄정책이 왜 계속되어 왔는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바계로 마이애미 출신인 마리노 디아즈-바라트 하원의원도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 완화는 쿠바 정권의 독재와 주민억압을 묵인해 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워싱턴의 진보적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의 사울 란다우 연구원은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는 카스트로 형제 정권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대다수 쿠바 국민만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키려면 오히려 금수조치를 해제하는 `햇볕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크 크래포 상원의원(공화, 아이다호주)은 "미국인과 달러가 쿠바에 유입되면 쿠바인들도 변화를 갈망하게 될 것"이라며 금수조치 해제와 여행제한 조치의 완화야말로 카스트로 정권을 붕괴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봉쇄조치 찬성론자들은 쿠바가 최근 러시아, 중국, 베네수엘라 등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시기에 쿠바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맞서고 있다.

쿠바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정권인수위의 브룩 앤더슨 대변인은 쿠바정책의 변경을 현 단계에서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국지 유에스에이(USA) 투데이가 8일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바마 당선자가 봉쇄조치의 완화는 상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어려울지 몰라도 친인척 접촉에 관한 제한은 대통령명령으로 완화가 가능한 만큼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미국 대선에서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의 하나인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다수의 쿠바 망명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아직 막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바정책의 수정이 쉽지는 않은 사안이지만 오바마 당선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