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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금융사기 파문 중남미 ‘불똥’

2009-02-21l 조회수 3090


(경향신문, 2.20)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 
ㆍ각국 지점 영업정지 등 대책마련 부심
ㆍ오바마 등 거액 후원금 정치권도 긴장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바부다에서 시작된 스탠퍼드 금융사기 파문이 다른 중남미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출신 투자가 앨런 스탠퍼드(58)가 설립한 금융사들이 진출해 있는 중남미 국가들은 자국 시민들이 예금에 대해 불안해하자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고발해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진 스탠퍼드 인터내셔널 뱅크 자국 지점을 압류해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 금융그룹은 특히 베네수엘라에서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했는데 이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회주의 경제 개혁을 우려한 부유층들이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스탠퍼드 회사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스탠퍼드 은행은 여권 사본과 주소만 있으면 계좌를 만들어주는 등 미국과 유럽 은행들에 비해 거래조건이 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로드리게스 재무장관은 “스탠퍼드 은행에 있는 예금은 베네수엘라 전체 은행 예금의 0.2%에 불과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루와 에콰도르 당국은 자국 내 스탠퍼드 지점의 영업활동을 정지시키고 사태 조사에 나섰다. 콜롬비아도 스탠퍼드에 투자된 자국 자금의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멕시코 은행감독원은 스탠퍼드 은행 지점이 관련 법을 어겼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탠퍼드 금융그룹은 미국과 중남미 일대에서 스탠퍼드가 운영하고 있는 금융회사들을 통합적으로 일컫는 이름으로, 각 회사들은 스탠퍼드 소유 아래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9일 미 금융당국이 “이미 15년 전 스탠퍼드그룹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꼈으나 제대로 조사하지 않다가 메이도프 사기 사건이 터지자 급하게 캐기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스탠퍼드의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스탠퍼드 측이 정치인 선거자금으로 기부한 액수 중 세 번째로 큰 3만1750달러를 대선 자금으로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이 자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스탠퍼드 임직원들로부터 2만8150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스탠퍼드가 금융규제 강화 법안에 반대하며 로비를 해옴에 따라 스탠퍼드의 후원을 받은 미 의회 주요 인사들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빌 넬슨 민주당 상원의원이 스탠퍼드의 후원금을 받을 당시 의회는 금융사기 규제 강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존 코닌 공화당 상원의원, 크리스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 등도 후원금을 받았다. 스탠퍼드그룹은 1999년부터 최근까지 정치헌금 또는 로비자금으로 720만달러(약 108억원)를 썼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19일 스탠퍼드를 버지니아주 프레데릭스버그에서 찾아 법원의 소환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SEC는 80억달러의 양도성예금증서(CD) 판매 사기 혐의로 스탠퍼드와 관계자들을 지난 17일 텍사스주 댈러스 연방검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