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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야 “어찌하오리까”

2009-10-05l 조회수 2540



전격 잠입 성공 뒤 해법 못찾아
온두라스 임시정부는 강경 유지
[한겨레 2009.9.28]

어떻게든 귀국만 하면 곧바로 대반전이 일어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군부에 의해 축출돼 외국을 떠돌던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이 온두라스 전격 잠입에 성공한 지 1주일. 여전히 사태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셀라야는 신변을 보호받고 있는 브라질 대사관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온두라스 임시정부는 대사관 주변을 군경으로 포위한 채 대치하고 있다. 셀라야는 대통령직 복귀를 요구하고 있지만, 임시정부는 콧방귀를 뀌고 있다. 셀라야가 지난 21일 “목숨을 건 15시간의 잠행” 끝에 귀국에 성공했지만, 대반전의 가능성은 멀어지고 있다.

대치는 길어지고 있다. 셀라야는 26일 “온두라스가 처한 야만과 비극에 침묵할 수 없다. 전국에 걸쳐 저항해야 한다”며 “(현 임시정부가) 대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더 혹독한 억압으로 응답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이 임기연장 기도 혐의로 축출된 지 3개월째를 맞는 28일 수도로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개최하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날도 셀라야 지지자 수천명이 브라질 대사관을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자동차 경적시위 등을 벌였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앞서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브라질 대사관에 대한 위협행위를 중단할 것을 임시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온두라스 임시정부는 27일 브라질에 10일 이내로 셀라야를 대사관에서 내보내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임시정부는 앞서 “브라질 대사관이 제공하는 보호를 이용해 셀라야가 폭력을 선동하는 것을 중단시키라”고 브라질에 요구하는 등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임시정부는 외국 정부의 중재도 거부하고, 야간 통행금지도 유지했다.

대치가 길어지면서 셀라야의 브라질 대사관 더부살이 생활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까지든 머물 수 있다”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25일 발언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셀라야는 지지자 등 약 40명과 브라질 대사관 방 4개를 나눠쓰면서 바닥과 소파에서 칼잠을 자고, 제대로 샤워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