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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국가들 ‘원주민 보듬기’

2009-11-03l 조회수 2979




| 기사입력 2009-11-02 17:39

ㆍ권리 보호·확대 목청에 정책 반영 ‘변화’
ㆍ일방적 자원·밀림 개발 탈피 정치적 각성

남미 대륙에서 원주민들의 권리를 보호·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각성이 일어나고 있다.

에콰도르 내 안데스 산맥과 아마존 일대에 거주하는 슈아르 부족은 지난달 자신들의 토지를 지나 남부 지역 밀림으로 통하는 고속도로에 나무 등을 쌓아 장벽을 설치했다. 그러자 경찰이 이를 막기 위해 진압에 나섰고, 원주민 교사 1명이 경찰에 숨졌다.

파장이 커지자 당초 원주민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100명의 원주민 지도자들과 대통령궁에서 만나 광산개발법을 재검토 하겠다고 약속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처음에는 원주민들의 주장이 “어리석다”고 표현했으나 지금은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이들의 권리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칠레 중남부에 거주하는 마푸체 부족은 학교와 병원을 짓기 위해 땅을 다지고 있다. 마푸체족은 올들어 교육과 의료 혜택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자신들의 땅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였다.

볼리비아는 지난 2월 새로운 헌법을 통해 36개 원주민들의 자치권을 인정했다. 볼리비아는 2006년 대선에서 원주민 아이마라족 농부 출신인 에보 모랄레스를 선택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원주민 장관을 지명하고 원주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원주민들을 위한 대학 3곳을 세우기도 했다.

16세기 스페인의 정복 이후 비주류 계층으로 억눌려왔던 남미 원주민들은 최근 부쩍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P통신은 원주민 중 교육받은 지도자들이 늘어나고, 통신기술 발달로 다른 지역 원주민들과 전략을 공유하게 되면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는 최근의 자원수탈 흐름과 맞물린 현상이기도 하다.

남미 각국은 근래 석유와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밀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 때문에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경우가 늘었다.

원주민들은 법적 소송을 통해 권리를 보장받기도 했다. 지난 1월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정부에 “100만명 이상의 원주민이 문화적·신체적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들을 보호하라”고 판결했다. 브라질 대법원은 지난 5월 북부 호하이마에 있는 하포사 세라 두 솔 원주민 보호구역을 줄여달라는 농장주들과 주정부의 소송을 기각했다.

원주민은 남미 5억 인구중 10분의 1 정도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교육수준도 낮다. 원주민의 80%가 하루 2달러가 안 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40%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슈아르족 지도자 로물로 아카추는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우리의 땅과 자원, 우리의 아마존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향미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