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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온두라스 대선 합법성 갈등 증폭

2009-12-08l 조회수 2961


| 기사입력 2009-12-01 18:06 [경향신문]

ㆍ미·친미 우파국, 좌파국가 세대결 양상
ㆍ셀라야 복귀 투표 부결땐 장기화 될 듯

쿠데타로 집권한 임시정부 관리하에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 결과를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국제사회가 둘로 쪼개졌다.

미국과 중남미 우파 국가들은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좌·우파 간 세대결 양상이다.

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치러진 온두라스 대선 개표 결과 당선자로 확정된 국민당의 포르피리오 로보는 외신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민주국가에서 선거라는 과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쿠데타로 축출된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온두라스에 평화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합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정치적 혼란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포르투갈을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30일 “많은 중미 국가가 취약한 정치 상황에 있다”며 “온두라스 (대선) 문제에 대해 인정하지도, 재고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온두라스 주재 대사관 폐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이날 “온두라스 대선은 완벽한 불법행위 속에 치러진 조롱거리”라고 평가했다. 역시 좌파가 집권하고 있는 스페인도 이들에게 힘을 더해줬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대다수 중남미 좌파 국가는 대선 이전에 이미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반면 미국은 선거가 끝난 만큼 다음 정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0월 셀라야와 임시정부 측이 이끌어낸 합의안에 따라 셀라야의 복귀 여부를 묻는 의회 투표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콜롬비아, 페루 등 친미국가들도 대선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셀라야의 임기가 내년 1월 말로 끝나는 상황인데도 좌파 국가들이 온두라스 대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남미에 ‘성공한 쿠데타’란 나쁜 선례를 남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중남미 좌파 정당이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과정에서 성장한지라 쿠데타 체제의 합법성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다.

온두라스 의회는 2일 투표를 통해 셀라야의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온두라스와 미국 정부 관리들은 셀라야의 복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셀라야는 쿠데타 직전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하면서 의회의 반감을 샀다.

셀라야의 복귀가 부결될 경우 좌파 국가들이 반발하면서 중남미 정세는 더욱 혼돈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셀라야는 여전히 브라질 대사관에 머물면서 대선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표율 조작 등 부정선거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볼리비아, 칠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브라질 등 많은 중남미 국가가 올 연말이나 내년에 대선·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온두라스 사태로 불거진 좌·우파 간의 기싸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청솔기자 ta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