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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중도좌파 연속집권 성공

2009-12-08l 조회수 2840


| 기사입력 2009-11-30 19:15 [한겨레]

게릴라 출신 ‘호세 무히카’ 출구 조사 50% 남짓 득표

“동지들. 여러분이 무대 위로 올라오고 우리들이 밑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민중이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29일 비가 쏟아지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거리에서 좌파 게릴라 출신 대선 후보인 호세 무히카(74)가 지지자 수천명 앞에서 승리를 선언했다. 중도좌파 연합인 ‘확대 전선’ 후보인 무히카는 이날 실시된 대선 결선 투표 출구조사 결과 50%를 조금 웃도는 득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무히카와 맞섰던 중도우파 야당인 국민당 후보 루이스 알베르토 라칼레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무히카는 애초 국민당의 정치인으로 출발했지만, 1960년대 우루과이에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서자 좌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무장 투쟁을 했던 ‘투파마로 민족해방운동’(MLNT) 결성에 참여했다. 1972년 군사독재 정권에 체포돼 15년 동안 감옥에서 보냈는데, 이때 고문과 독방생활 등의 고초를 겪었다. 군사독재정권이 끝난 1985년에야 풀려났다. 무히카는 과거 무장투쟁 노선과는 결별했다. 무히카는 “협상과 대화가 나의 도구”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선 유세 때 “이념은 몰락했고 폭넓게 생각하는 능력이 있는 좌파가 떠오르고 있다”고 역설했다. 무히카는 자신의 역할 모델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꼽았다. 올해 3월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당선된 중도좌파 후보 마우리시오 푸네스 대통령도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모델로 꼽았다.

무히카의 승리로 중도좌파연합 확대전선은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 2004년 확대전선의 타바레 바스케스 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우루과이엔 스페인 독립 뒤 179년만에 처음으로 좌파정권이 들어섰다. 바스케스 대통령은 단임제 규정에 걸려 재출마를 하진 않았지만, 소득세 확대와 18살 이하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 보장 같은 정책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우루과이 경제는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올해 1.9% 성장이 예상된다.

우루과이 대선은 중남미 선거의 풍향계로서도 관심을 모았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