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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20년만에 ‘우파정권’ 탄생

2010-01-19l 조회수 2744


[한겨레] 피녜라, 결선투표서 중도좌파 프레이 후보 꺾어

좌파 분열도 한몫…GDP 2배 등 경제성장 공약

칠레에서 20년만에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백만장자 정치인 세바스티안 피녜라(60) 우파 후보는 17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99% 개표 현재 51.6%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었다. 전직 대통령 출신의 중도좌파 에두아르도 프레이(67) 후보는 48.4%득표에 그쳤다. 피녜라 당선자는 "칠레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라도, 부유한 나라도, 영향력이 큰 나라도 아니지만 최고의 국가로 바꾸도록 우리 모두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 100만개 창출, 매년 6% 경제성장을 통한 국민소득 2배 증가 등을 공약했다.

피녜라의 승리는 사회당, 기독민주당 등 4개 중도·좌파정당 연합 '콘세르타시온'의 20년 집권의 끝을 의미한다. 콘세르타시온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의 독재정권 종식 뒤 집권해, 칠레를 남미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번영된 나라로 이끌었다. 하지만, 20년 집권 뒤 국민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중도좌파연합의 분열도 패배의 한 원인이다. 사회당 출신의 마르코 엔리케 오미나미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결선투표를 나흘 앞두고서야 프레이 지지를 선언했다. 1994~2000년 대통령을 지낸 프레이 후보는 싫증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신선함과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이번 승리는 칠레 국민의 '피노체트 공포'에 대한 극복으로 여겨진다. 1973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피노체트 군부독재 정권은 집권 기간 동안 수많은 인권침해를 자행했다. 이 때문에 중도좌파는 선거 기간에 '피녜라를 찍는 것은 피노체트를 찍는 것'이라며 공격했지만 이번엔 먹혀들지 않았다.

정권이 우파로 넘어갔지만, 급격한 정책변화는 없을 것으로 로이터통신 등은 전망했다. 피녜라 당선자는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약 80% 수준의 지지를 받는 등 현 정책이 인기가 높은 만큼 대부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세계최대 구리생산업체 코델코의 국가소유 주식 20% 등을 민영화하는 등 우파정책 방침도 예고했다. 그는 중도실용 정책으로 브라질의 성장을 이끈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혔다. 그의 당선도 중남미의 중도실용 노선이 득세하는 흐름과 맥이 닿는다. 현실적으로 중도좌파가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마음대로 정책을 변화하기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대외관계는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피녜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쿠바에 대해서는 "독재"라고 비난했다. 내륙국가 볼리비아는 칠레와 협상을 통해 태평양 쪽으로 항구접근을 원하고 있지만, 피녜라는 영토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연임이 금지돼 출마하지 못한 바첼레트 현 대통령은 2014년 대선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