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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권, 또다른 무장조직 등장에 긴장

2010-05-12l 조회수 2822


파라과이 테러조직, 콜롬비아.브라질 범죄조직과 연계 우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파라과이의 무장테러조직인 '파라과이 국민군'(EPP)이 갈수록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남미 지역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남미 지역 전문가들은 콜롬비아 좌익 게릴라 조직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과 브라질 상파울루의 대형 범죄조직 PCC 및 리우 데 자네이루의 폭력조직 코만도 베르멜료(CV) 등과 EPP의 연계 가능성을 거론하며 "암적인 존재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4일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남미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도 파라과이 정부의 EPP 척결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언급이 나올 정도로 남미권이 새로운 대형 무장조직의 출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은 지난달 말 EPP 소탕을 위해 전국 17개 주 가운데 브라질 및 볼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5개 주를 특별경계지역으로 선포하고 군.경찰 병력 1천여명을 파견한 상태다.

파라과이 언론은 1990년대 출현한 EPP가 최근 수년간 세력을 확장하면서 조직원 규모를 3천여명 수준으로 늘렸으며, 파라과이 극좌파 정치조직인 자유애국당(PPL)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PP는 그동안 강.절도, 납치, 살해, 마약밀매 등 범죄를 저지르면서 치안불안 요인이 돼 왔다.

지난 1월에는 EPP에 94일간 억류돼 있던 대형 농장주가 55만달러의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 2002년에는 한 여성을 납치해 64일간 억류하다 30만달러의 몸값을 받고 풀어주었으며, 2005년 발생한 라울 쿠바스 전 대통령의 딸 세실리아 쿠바스 살해 사건에 연루된 의혹도 받고 있다.

EPP는 특히 '농업 주권'을 확보한다는 명분 아래 파라과이에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브라질인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하고 있다.

2008년 3월 수도 아순시온에서 420㎞ 떨어진 콘셉시온 주 오르케타 시에서 브라질인이 소유한 농장에 난입해 방화.약탈 행위를 자행하고 총기로 살해 위협을 가했다. 당시 이들은 물탱크에 EPP 문양을 남기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농장주는 결국 이곳을 떠났다.

지난달 21일에도 오르케타 시에서 또다른 브라질인 소유 농장이 EPP의 공격을 받아 경찰관 1명과 민간인 3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농장주 역시 브라질로 돌아갔다.

파라과이 연구기관인 퍼스트 아날리시스 이 에스투디오스(First Analisis y Estudios)의 프란시스코 카플리 연구원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EPP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할 경우 조만간 국가의 안정을 뒤흔들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플리 연구원은 특히 EPP가 FARC나 PCC, CV와의 연계를 통해 세력을 더욱 키우고 마약밀매 등으로 자금력을 갖출 경우 대규모 '마약게릴라조직'으로 성장해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