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뉴스

모랄레스, 정부-노동계 충돌로 위기 직면

2010-05-12l 조회수 2477


집권후 첫 지지세력 반발..우파.美로 화살 돌리기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남미 좌파의 핵심 인물 가운데 한 명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노조의 파업 돌입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최대 노조단체인 '볼리비아 중앙노동자조합'(COB) 주도로 무기한 파업이 시작됐다. COB가 이끄는 시위대는 수도 라파스에서 가두시위를 벌인 데 이어 무기한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현지 언론은 COB 산하 50개 노조 가운데 최소한 39개가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업의 표면적인 이유는 임금 인상 문제다. 정부는 5%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COB는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한 것"이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위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COB가 그동안 자신의 유력한 정치적 지지 기반 가운데 하나가 돼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모랄레스 대통령이 지난 2006년 초 집권한 이래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모랄레스 대통령으로서는 전례없이 곤란한 상황을 맞은 셈이다.

현지 언론은 파업이 전국 단위로 벌어지고 있으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COB 지도부가 "우리의 기본 권리를 위한 투쟁"이라며 파업이 정치적 의미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볼리비아 정부도 "파업으로 인해 전국에서 생산활동이 마비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곧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해 파업이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업의 배후에 보수우파 야권과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일부 노조에 보수우파 세력이 침투해 노동자들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은 "COB의 파업에는 정부 전복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으며, 배후에 미국 대사관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랄레스는 2005년 12월 대선에서 볼리비아 역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으로 선출됐으며,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 사이 제헌의회 선거, 정.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 사회주의 헌법 국민투표, 지방선거 등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강력한 집권 기반을 구축해 왔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