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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우울한 독립 200주년

2010-05-20l 조회수 3012


100주년 땐 중남미 최대 경제국.."과거 영광 그리워"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가 계속된 경제.사회적 위기 탓에 다소 우울한 분위기 속에 독립 200주년 기념일을 맞았다고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810년 5월 혁명을 통해 독립을 선언한 이후 100주년이 되던 1910년 당시와 현재의 아르헨티나 상황을 비교하면서, 이날부터 시작된 독립 200주년 기념행사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축하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1910년 독립 100주년을 기념할 당시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지역 최대 경제국이었다.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로 불리며 절정의 발전상을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 아르헨티나의 경제력은 중남미 GDP의 10%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역내 주도권을 브라질에 넘겨준 지 이미 오래다. 1인당 소득 수준이 전 세계에서 50위 수준에 그칠 정도로 국민들의 호주머니는 가벼워졌으며, 계층간.지역간 분열로 초래된 사회갈등은 중남미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현지 공공여론 분석가인 그라시엘라 로메르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조부 세대가 자신들보다 훨씬 더 살기 좋았다고 생각하며, 자녀가 지금보다 더 나은 여건에서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3명에 1명뿐"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위상이 이처럼 지난 100년 사이에 급추락한 것은 잇따른 쿠데타와 경제위기로 침체기에 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16년 처음으로 보통.비밀선거가 실시되며 민주주의에 들어섰으나 1930년대 들어 군부 쿠데타와 재정위기, 불안정한 경제정책이 이어지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사회학자 베아트리스 사를로는 "아르헨티나에서는 1930년부터 1976년까지 쿠데타와 군사독재가 이어지면서 20세기의 절반 가까이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보냈다"면서 "사실상 지난 100년을 까먹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