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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쿠바, 원유유출사태로 대화 물꼬트나

2010-05-20l 조회수 2723


(서울=연합뉴스) 지난 반세기 동안 거의 관계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미국과 쿠바가 멕시코만의 대량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대처방안 등을 놓고 '실무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AP와 AFP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멕시코만에서 하루에 5천배럴(약 80만ℓ)씩 유출되고 있는 원유(기름띠)가 강한 해류를 타고 동진하면서 플로리다와 심지어 쿠바 해안까지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현재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및 오염 상황, 예상 확산경로 등에 관한 사항을 담은 외교 서한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 이익대표부를 통해 쿠바 외교부에 전달했다.

고든 두구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과 쿠바가 원유 유출 사태와 관련해 '실무 수준의(working level)'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구드 부대변인은 "실무 협의가 현재 진행 중임을 확인해줄 수 있다"며 "쿠바뿐 아니라 미 영해 안에서 발생한 재난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모든 이웃 국가들에 알려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무협의의 장소와 의제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유출된 원유가 쿠바 연안에 도달할 경우 미국이 쿠바에 대한 지원을 제안하고, 쿠바 관리들이 이를 수락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2005년 피델 카스트로 당시 국가평의회의장은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하자 의료진 파견 등 의료지원을 제안했으나 미 국무부는 거절했다. 실무 협의에 참여 중인 쿠바 관리들로부터의 즉각적인 코멘트도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 쿠바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협력 정신을 주창하면서 낙관적인 예상도 있었지만 쿠바의 반체제인사 탄압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는 낮은 수준이다.

양국은 자연재해나 마약거래 문제를 협의하거나 1년에 두 차례 이민에 관해 논의를 하면서 관계개선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 해안경비대는 여러 해양문제를 놓고 정기적으로 접촉해오고 있다.

한편 유럽우주국(ESA)은 19일 멕시코만에서 유출된 기름의 일부가 플로리다주를 위협할 수 있는 멕시코만의 순환해류(Loop Current)로 까지 흘러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ESA 인공위성을 통해 유출 상황을 모니터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멕시코만의 기름띠가 이르면 6일 안에 플로리다 키스제도와 쿠바 북부 해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