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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통령 동생, 피노체트 옹호 파장

2010-06-17l 조회수 3132


쿠데타 정당성 주장.."아옌데 前대통령은 히틀러 같은 독재자"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동생이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1973~1990년 집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아르헨티나 일간 페르필(Perfil)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녜라 대통령의 동생 가운데 한 명이자 피노체트 정권에서 노동부 장관과 사회보장부 장관을 역임한 경제학자 호세 피녜라는 전날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호세 피녜라는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통해 사회주의 성향의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1970~1973년 집권) 정부를 무너뜨린 데 대해 "1973년 당시 헌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호세 피녜라는 이어 "아옌데 전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됐지만 독재자로 변했다"면서 아옌데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아옌데 전 대통령의 딸인 이자벨 아옌데 상원의원은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발언"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피녜라 대통령 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로드리고 힌스페테르 내무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비난을 받아 마땅한 발언"이라면서 "아옌데 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주에는 미겔 오테로 아르헨티나 주재 칠레 대사가 피노체트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테로 대사는 지난 6일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칠레 국민은 피노체트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이는 칠레에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한다"면서 "피노체트가 없었다면 칠레는 쿠바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칠레와 아르헨티나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비난을 제기하면서 그의 사임을 촉구했으며, 칠레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피노체트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오테로 대사가 사임 의사를 밝혔으며, 그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에서는 1970년 아옌데 정권이 들어선 뒤 3년 만인 1973년 피노체트가 주도한 쿠데타가 발생했으며, 1990년까지 17년간 계속된 피노체트 독재 치하에서 3천여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됐다.

피노체트 전 대통령은 2006년 말 91세를 일기로 사망했으며, 이에 따라 그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