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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두라스 쿠데타 1년..불투명한 미래

2010-07-05l 조회수 2442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28일로 중미 최빈국인 온두라스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지 1년을 맞지만 온두라스는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해 6월 28일 새벽을 기해 벌어진 군부 쿠데타로 임기 연장을 노리던 마누엘 셀라야 당시 대통령이 국외로 쫓겨났고, 임시정부에 의해 치러진 선거에서 보수성향의 야당 후보인 포르피리오 로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로보 대통령은 올해 1월 권좌에 오른 뒤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 주변국들과 외교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대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로보 대통령은 쿠데타로 미주기구(OAS) 회원 자격이 박탈된 것을 회복키 위해 물심양면으로 주변국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오히려 중남미 국가 간 이견만 노출하며 분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은 이달 6일 열린 OAS총회에서 로보 대통령이 공정한 선거로 당선됐고 '화해 정부'를 구성해 쿠데타 진상 규명에 나선 점을 들어 온두라스의 OAS 회원국 복귀를 요청했지만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은 끝까지 반대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브라질은 온두라스의 회원국 복귀에 앞서 셀라야의 복귀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는 로보 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온두라스는 국내적으로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로보 대통령은 취임 뒤 쿠데타 상황을 조사키 위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정적들의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조사위에 쿠데타 세력이 포함돼 진상조사가 형식적으로 흐르고 있으며 진실의 목소리를 내려는 언론인 등에 대한 탄압이 여전하다는 게 반대파들의 주장이다.

인권단체 활동가를 포함한 로보 반대파들은 지난주 쿠데타 진실을 규명할 자체 진상규명 위원회를 출범시킨 데 이어 28일에는 수도 테구시갈파에서 쿠데타 발발 1주년 집회를 하겠다며 정부를 향한 압박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쿠데타로 쫓겨난 뒤로 두 차례 귀국 시도를 했던 셀라야 전 대통령은 여전히 도미니카 공화국에 머물며 로보 정권에 대한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그의 목소리 또한 지지를 받기에는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셀라야 스스로 헌법 가치를 무시한 채 정권 연장을 기도했고, 임기 중에도 최빈국인 온두라스에 별다른 선물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셀라야의 복귀, OAS의 재가입, 극빈국의 수렁에 점점 더 빠져들고있는 국가 경제 등 로보 대통령에게는 하루속히 풀어야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태지만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온두라스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