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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에콰도르 대통령 도청파문 확산

2010-07-05l 조회수 2921


에콰도르 정부 조사위 구성…"사실이라면 중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2008년 국경침범 문제로 외교관계를 단절했던 에콰도르와 콜롬비아가 이번엔 대통령 도청 의혹으로 격랑에 휘말렸다.

에콰도르 정부는 28일 콜롬비아 정보부(DAS)가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의 집무실과 코레아의 측근, 에콰도르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전화를 도청해 왔다는 현지 일간지인 '엘 코메르시오'의 보도에 몹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신문은 익명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도청작업이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무선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DAS가 에콰도르 경찰을 매수해 방대한 전화번호들을 입수했다며 매우 상세하게 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겔 카르바할 에콰도르 치안장관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죄"라면서 "에콰도르는 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콜롬비아 정부에 진상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고 이 신문이 29일 전했다.

에콰도르는 2008년 인접국인 콜롬비아가 좌익 반군 소탕을 이유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어오자 외교관계까지 단절하는 초강수를 둔 바 있어 도청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양국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8월 임기가 끝나는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에 이어 권좌에 오를 후안 마누엘 산토스 차기 대통령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산토스 후임 대통령은 2008년 반군 소탕작전을 책임졌던 인물로 에콰도르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다.

그는 20일 대통령 선거 당선 이후 에콰도르 등과 새로운 관계 설정에 나서겠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이번 도청 의혹으로 갈등의 정점에 서게 됐다.

콜롬비아는 의혹에 대해 일단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DAS는 성명에서 DAS는 어떤 방식으로도 에콰도르 대통령이나 에콰도르 시민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DAS의 도청 의혹은 콜롬비아에서도 제기되면서 파문을 낳고 있다.

DAS가 콜롬비아 정치인과 언론인, 외교관 등을 광범위하게 도청해왔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임기 말 우리베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왔다.

그는 DAS를 해체해 보다 작고 통제 가능한 정보 기관을 창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