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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인권상황 확 바뀔까

2010-07-13l 조회수 2505


환영 속 향후 전망 엇갈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쿠바 정부가 앞으로 몇 개월 내에 정치범 52명을 석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쿠바 내 인권상황이 획기적인 전기를 맞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석방 조치는 1998년 교황의 쿠바 방문에 맞춰 101명의 정치범이 풀려난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치범 문제에 일절 언급을 꺼려 온 쿠바 정부는 이날 가톨릭 교회를 통해 석방 소식이 전해진 뒤로도 별다른 논평 한마디 없는 상태다.

쿠바 정부는 그간 정치범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정치범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정치범 인권문제를 꺼내 들 때마다 수감자들은 미국에 협력한 '스파이'지 정치범이 아니라며 오히려 '너나 잘하라'는 식의 비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런 탓에 쿠바 내 정치범 숫자는 추정만 할 수 있을 뿐 외부 세계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왔다.

쿠바 인권문제는 수감 중이던 정치범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단식 농성에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올 2월 장기간 단식 투쟁을 하던 반체제인사인 사파타 타마요가 숨지면서 국제 사회 이슈로 급부상했다.

쿠바 정부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여러 외교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해 5월에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하이메 오르테가 쿠바 가톨릭 교회 추기경을 만났고 이후 일련의 인권 유화책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아리엘 시글레르 아마야가 전격 석방된 데 이어 지금까지 10명이 넘는 정치범들이 가족면회를 이유로 자택 인근 교도소로 이송됐다.

이번 석방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제 사회의 비난을 모면키 위한 '술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치범 문제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쿠바가 본격적인 인권 개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치범 석방 소식에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그 배경이나 향후 전망에서는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쿠바 반체제 인사 모임의 리더인 라우라 포얀은 "우리가 중요한 변화의 문턱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규모 석방조치가 쿠바 민주주의를 향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엘리사르도 산체스 쿠바 인권위원회 대변인은 석방 소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쿠바 정부 정책에 중대한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이번 조치를) 쿠바 내 인권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쿠바를 방문하는 동안 정치범 석방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진 미겔 앙헬 모라티노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