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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섬 해수면 상승으로 집단이주 위기

2010-07-13l 조회수 3074


온난화.산호초 파괴로 발목까지 물 차올라

(카르티 수그두브<파나마> 로이터=연합뉴스) 파나마 북동부 연안의 작은 섬들이 지구 온난화와 산호초 파괴로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수천명의 토착민들이 조상 대대로 지켜온 거주지를 포기하고 본토의 쿠나(Kuna) 자치지역으로 강제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집단이주가 결정된 카르티 수그두브 섬의 경우 과거엔 홍수가 드물고 기간이 짧았으며 수위는 발가락을 겨우 적실 정도였으나 지금은 계절풍까지 가세해 빈도도 잦고 날이면 날마다 물이 발목까지 차올라와 있다.

이 섬 주민들을 이끌고 있는 파블로 프레시아도(64)는 "지금은 내 유년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지난 60여년에 걸친 이 섬의 홍수 높이 증가는 글로벌 해수면 상승과 연관돼 있으며 방파제 역할을 해온 산호초의 파괴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스페인 정복자와 프랑스 해적, 파나마 통치자들에게 격렬히 저항한 것으로 유명한 쿠나 자치지역은 섬 면적 확장과 인공섬 건설을 위해 산호초를 마구 채집해왔다. 학자들이 산호초 무단채집의 위험성을 경고해왔으나 합법적인 활동에 대한 공개적 반대는 금기사항이었다.

파나마 정부는 기후변화로 쿠나 자치지역의 전체주민 3만2천명 중 거의 절반이 영향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카르티 수그두브의 2천여 주민이 쿠나 연안지역으로 이주할 계획이다.

새 정착지의 열대림 제거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프레시아도는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 이주는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지난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규제 합의에 실패했다. 올해 11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과연 구속력 있는 합의가 이뤄질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학자들은 다음 세기에 해수면 상승으로 수백만명이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 피지 같은 곳에서는 이미 강제이주가 시작됐다.

해수면은 지난 1세기 동안 약 1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2007년 유엔은 오는 2100년이 되면 최소한 18-5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엔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빠르게 녹고 있는 빙상이 고려되지 않았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금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2m 높아져 도쿄와 상하이, 뉴올리언스의 도시들에 사는 수백만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나마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인 엑토르 구스만은 "우리는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으로 홍수가 발생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는 과학자를 소개하려는 게 아니다. 이것은 지금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coo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