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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 딸 `부상'…페루대선 어디로

2010-08-17l 조회수 3591


케이코 후지모리 의원 22% 여론조사 1위
감방신세 후지모리 前대통령 향수 영향
과반지지 후보없어 전망은 '안갯속'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양정우 특파원 = 내년 4월 치러지는 페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부정축재로 감방살이를 하고 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케이코 소피아 후지모리 의원이 인기를 모으면서 대선 판세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페루 현지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케이코 후지모리 의원는 응답자 22%의 지지를 얻어 수도 리마 시장인 루이스 카스타네다를 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14%를 얻어 3위를 차지했으며, 국가연대당(PSN) 소속의 오얀타 우말라와 메르세데스 아르아오스 경제장관, 소설가 하이메 바일리,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경제장관이 10% 안팎의 지지를 얻었다.

케이코 후지모리의 인기는 아버지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온갖 부패추문으로 지탄을 받다 장기 감옥살이에 들어간 점에 비춰본다면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1990∼2000년 집권 동안 자행한 학살과 납치, 횡령,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당국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모국이나 다름없는 일본으로 도피했다 2007년 페루로 강제 송환됐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케이코 후지모리가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집권기간 이룬 경제발전 등에 대한 향수를 꼽고 있다.

재임 중 좌익게릴라 조직인 '빛나는 길'을 섬멸하고, 안정적인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등 그를 두고 나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또한 초선의원인 케이코가 빈곤층들로부터 인기가 두드러지는 점도 그의 지지세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케이코 후지모리를 비롯한 예상 대선후보 누구도 과반의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어 내년 대선 전망은 아직 안갯속이다.

케이코는 차기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그가 정권을 잡을 경우 불러올 정치적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내년 대선에 '빛나는 길'이 정당을 구성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페루 아마존 지역의 원주민(인디헤나)들도 대선에 후보를 내 산림보호와 원주민 권리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알베르토 피상고 원주민 그룹 지도자는 12일 BBC방송에 내년 선거를 앞두고 정당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피상고는 지난해 격렬했던 유전개발 반대시위를 주도했던 인물로 감옥에 수감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피상고를 중심으로 한 원주민 그룹이 대선에서 선거바람을 일으키며 정권을 잡을 경우 페루는 중남미에서 두번째로 인디오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나라가 된다.

하지만 원주민 그룹은 정치적 지지기반이 불투명해 현재로선 이들의 선거출마가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