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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란, '돌팔매질 처형女' 공방

2010-08-24l 조회수 3238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간통 혐의로 '돌팔매질 처형'을 당할 위기에 놓인 이란 여성 사키네 모하마디 아시티아니(43) 문제를 둘러싸고 브라질-이란 관계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브라질 외무부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 주재 자국 대사를 통해 아시티아니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돌팔매질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란 당국에 아시티아니에 대한 처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파울로 바누시 브라질 인권장관은 더 나아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하면서 "이란 당국이 아시티아니를 브라질로 보내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최소한의 양식이 있다면 그녀가 브라질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브라질 정부의 망명 제의를 거부하면서 아시티아니를 '법 대로' 처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지난 15일 국영 TV를 통해 "아시티아니를 브라질에 보낼 필요는 없다고 보며, 이란 사법당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18일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의 보도에 따르면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전날 "아시티아니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살인을 저지른 죄인은 당연히 사법부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메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그러나 브라질과의 마찰을 우려해 "브라질 정부가 아시티아니 사건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면 이것이 브라질-이란 우호관계에 흠집을 내기 위해 만들어낸 선동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라질-터키-이란이 지난 5월 핵연료 교환 3자 합의안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추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유럽연합(EU)이 독자 제재를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가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티아니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한편 브라질의 또다른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이란 당국이 다음 달로 예정된 서방국가들과의 핵협상에서 브라질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는 점을 들어 아시티아니 문제가 브라질과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피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