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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문학 꽃피운 바르가스 요사

2010-10-12l 조회수 3123

 
"중남미 자체의 색깔을 구현한 대표적 작가"

좌파서 우파로 전향..대선후보로 나서기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페루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4)는 소설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온 거장이다.

뛰어난 문학가인 동시에 왕성한 정치활동을 펼쳐온 그는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정치적 대변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콜롬비아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더불어 현대 라틴아메라카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페루 작가 중에서 그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이도 드물다.

1936년 페루 아레키파에서 태어난 그는 소설 외에도 희곡, 문학비평, 회고록 등 여러 장르의 글을 써온 다재다능한 작가다. 1952년 열여섯에 문단에 데뷔한 뒤 리마의 산마르코스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공부했다. 그가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레온시도 프라도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도시와 개들'(1962)이다. 이어 1966년 발표한 두 번째 소설 '녹색의 집'으로 그는 페루 국가 소설상, 스페인 비평상, 로물로 가예고스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60년대 발표한 이들 초기작에는 사회주의와 쿠바 혁명을 옹호하는 작가의 정치적 입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후 작가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사상과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서면서 문학세계도 변화를 맞는다.

작가가 1970년대부터 사회주의에 회의를 느끼고 우파로 돌아서기 시작한 시점에서 나온 소설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1973)다. 진지하고 강력한 고발의 목소리를 내던 작가는 이 소설부터 가볍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후 나온 '나는 훌리 아주머니와 결혼했다'(1977)와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1977), 최근 국내 에 소개된 '새엄마 찬양'(1988) 등에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에로티시즘을 담았듯이 정치적 입장의 변화는 소설 기법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는 1990년 페루 대선에서 알베르토 후지모리에 맞서 중도우파 연합의 후보로 출마하는 등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1985년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은 데 이어 1994년에는 스페인어 문화권의 최고 영예인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았다.

'새 엄마 찬양' 등을 번역한 송병선 울산대 교수는 "좌파에서 우파로 바뀐 정치적 성향을 문학 기법과 연결한 작가로, 환상문학이 주류인 라틴아메리카 문학과 달리 현실비판과 리얼리즘 성향이 강하다"고 그를 소개했다. 송 교수는 이어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위상을 생각하면 오히려 노벨상 수상이 늦은 감이 있다"며 "라틴아메리카 문학이 전세계적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남미에서는 28년 만이며, 중남미로 범위를 넓혀도 1990년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이후 20년 만이다.

정경원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장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대통령 후보였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중남미 문학의 꽃을 피워 세계화하는데 앞장선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인종적 갈등, 빈부격차, 도시와 시골간의 격차 등을 비롯해 중남미의 갈등을 있는 그대로 파헤치고 진단해 드러냈다"며 "가장 중남미적인, 중남미 자체의 문학의 색깔을 구현한 대표적 작가"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지금까지 '새 엄마 찬양'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녹색의 집' 등의 소설과 에세이집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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