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뉴스

칠레, 강진 1년..전국서 추모 행사

2011-03-02l 조회수 2565

기사입력 2011-02-28 05:19


피녜라 대통령 "2010년 고통 잊지 않을 것"

(산티아고.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고미혜 특파원 = 칠레 전국에서 27일(현지시간) 강진 발생 1년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일요일인 이날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한 전국의 각 가톨릭 교회에서는 추모 미사가 잇따랐으며, 강진이 일어난 새벽 3시 34분에 맞춰 수백 개의 촛불을 밝혀 희생자들을 기렸다.

중남부 마울레 지역의 콘스티투시온 시에서는 대규모 옥외행사가 열렸다. 마울레 지역은 인근 비오-비오 지역과 함께 강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으로, 강진으로 가톨릭 교회 건물이 파괴됐다.

콘스티투시온 주민들은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촛불을 들고 행진하다 지진 발생 시각에 촛불을 바다로 던지며 그들의 넋을 기렸다. 탈카우아노에서는 전발 밤 어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성난 바다를 달래는 의식을 가졌으며 이밖에 쓰나미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다른 항구도시들에서도 주민들이 학교에 모여 추모 행사를 했다.
 
칠레의 라디오 코오페라티바 방송은 "추모 행사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주민들은 당시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각료들과 함께 진앙지인 마울레 지역의 코브케쿠라 시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 "2010년은 칠레에 매우 고통스럽고 어려운 한 해였다"면서 "우리는 2010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의 역경은 칠레인들의 영혼과 칠레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면서 "칠레는 항상 역경을 딛고 강해지는 국가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콘셉시온, 디차토, 쿠리코 등에서도 주민들이 밤샘 추모행사를 가졌으며 해변도시 비냐 델 마르에서 열리고 있는 칠레 최대 음악축제 비냐 페스티벌 행사장에서는 새벽 3시34분에 행사를 잠시 중단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편 이날 일부 피해지역에서는 정부의 재건작업이 지연되는 것에 항의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콘스티투시온에서는 항의의 메시지를 담은 검은 깃발과 풍선을 든 주민 1천여명이  이재민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날 이곳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참석한 피녜라 대통령은 시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연설에서 "지진으로 파괴된 것들이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 나보다 더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정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내에서 최대한 빠르게 작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콘셉시온에서도 3천여 명의 시민들이 도심을 행진하며 재건 작업 지연에 항의했으며 이날 수도 산티아고의 대통령궁 앞에서도 1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재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을 촉구했다.

칠레에서는 지난해 2월 27일 새벽 3시 34분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과 이어진 쓰나미로 전국에서 524명이 사망하고 31명이 실종됐으며, 재산피해도 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강진은 역사상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으로 기록됐다.

칠레 정부는 강진 발생 1년을 앞두고 발표한 자료를 통해 재건 작업이 50% 정도 진행됐고, 강진 발생 2주년 무렵에는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특히 중도좌파 정당 연합인 콘세르타시온(Concertacion)은 정부가 수치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 주도로 마련된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채 별도의 추모행사를 가졌다.


fidelis21c@yna.co.kr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