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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마약 전쟁’은 실패했다

2011-04-13l 조회수 3447

멕시코 정부의 마약 전쟁은 이미 실패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펠리페 칼데론 정부가 2006년 12월에 들어선 이후 4년간 3만명 이상이 전쟁 와중에 사망했다. 수많은 보스들을 제거했지만, 카르텔은 해체되지 않고 여전히 정부군과 대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목숨을 걸고 국경도시의 경찰국장을 자임했던 젊은 여성도 카르텔의 위협에 결국 미국으로 줄행랑을 놓고 말았다. 군이나 치안병력은 무장력이 뛰어난 마피아와 정면으로 대결하길 두려워한다. 시민들도 더 이상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미국 무기로 무장한 마피아 건재 최근 콜롬비아의 치안 상황은 개선됐다. 하지만 코카인의 수출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코카 밭에 고엽제를 살포하지만, 농민들이 경작지를 늘려 생산량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사원조가 늘어나고, 고엽제 살포로 파괴한 경작지가 증가해도, 미국으로 반입되는 코카인이 줄지 않는다는 역설은 이제 너무 익숙한 현실이 됐다. 하지만 효과가 없는 정책은 계속 지속된다. 마약 전쟁의 기득권 구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마약 전쟁은 실패했다.” 미국과 라틴아메리카의 전문가들은 물론 정치인들도 이제 겸허하게 인정한다. 멕시코의 마약 전쟁이 승리하려면 미국의 총기관련법이 개정돼야 한다. 마피아들은 마약 판매 대금(600억달러 규모)의 일부를 가지고 미국에서 무기를 합법적으로 구매해 멕시코로 밀수입한다. 당연히 무장력이 정부군에 비해 월등하다. 콜롬비아와 안데스 농민의 코카 생산을 줄이려면, 그들에게 대체 가능한 영농을 지원해야만 한다. 이들은 생계가 위협을 받는 한 수익성이 높은 코카 생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급의 미시경제 주체인 농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 중남미의 전직 대통령들이 나섰다. 이들은 실패한 마약 전쟁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브라질의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 멕시코의 에르네스토 세디요, 콜롬비아의 세사르 가비리아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라틴아메리카 마약과 민주주의 위원회’를 만들어 적극적인 대안 모색에 나섰다. “마약문제가 범죄와 동일시되면서 공공토론을 막고, 정보를 왜곡하는 금기사항이 되어 버렸다. 마약 소비자들은 조직범죄의 행동에 더욱 취약한 악순환의 고리에 묶여 있다”고 위원회는 밝힌다. 이들은 개인적 소비를 위해 마리화나를 소지하는 것을 “형사적 처벌”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한다. 마리화나를 담배나 술처럼 규제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제안에 유럽의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이구동성으로 “마약 전쟁이 실패했다”고 외친다. 지난 1월 제네바에서 글로벌 마약정책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의 루트 드레이푸스 전 대통령, 토르발트 스톨텐베리 전 유엔난민 고등판무관, 스페인의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 외무장관, 다국적기업 버진의 대표 리처드 브랜슨 등이 합류했다. 건강·치료·광고 등 발상전환을 “지난 20년간 마약 소비는 그대로이다. 폭력과 수감자는 늘어났고, 범죄적 거래는 대형화됐다. 이제 이 정책을 재고할 때가 되었다.” 세사르 가비리아가 말했다. 이어 카르도주도 거든다. “마약 전쟁 재원은 잘못 사용되고 있다.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 돈이 건강, 치료, 교육, 광고 캠페인에 사용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수요와 공급 분야 모두에 효과가 없는 마약 전쟁 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은 여전히 마약 전쟁에 주력하고 있지만, 중남미 당국자들의 태도 변화는 조금씩 감지된다. 에콰도르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마약 관련 잡범 1000명가량을 석방했다. 브라질 호세프 정부의 마약정책부 실장 페드로 아브라모바이는 수감된 마약 소매상을 모두 석방하자고 정권 출범 초기에 제안했다. 갑론을박 끝에 그의 견해는 기각됐고, 그는 옷을 벗어야 했다. 2011-03-20 21:18:54수정 : 2011-03-20 21: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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