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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정부 득세>③ '룰라주의' 완승(끝)

2011-06-17l 조회수 2634


기사입력 2011-06-15 06:31 | 최종수정 2011-06-15 15:12



중도좌파 대세의 배경 '브라질리아 컨센서스'에 주목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남미대륙에서 좌파 정권이 위세를 떨치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을 빼놓을 수는 없다.

룰라는 지난해 말 퇴임 직전 90% 가까운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금도 그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절대적이다. 룰라의 인기는 국내에 그치지 않았으며, 퇴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남미 좌파 진영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지난 3월 25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열린 집권 중도좌파 연합 확대전선(FA) 결성 40주년 기념식에서 룰라는 가장 환영받는 인사였다. 5월 말에는 베네수엘라와 쿠바를 방문해 국가 정상급 예우를 받았다. 오얀타 우말라 페루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이 끝난 지 나흘 만에 지난주 브라질을 방문했고,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이어 룰라를 면담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남미 죄파 진영에는 '룰라 주의'와 '차베스 주의'라는 2개의 큰 줄기가 양립했으나 현재는 "'룰라 주의'가 완승했다"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미 모든 국가가 실용 중도좌파 노선에 충실하면서 안정적인 경제 성장과 사회적 소외계층 해소를 이뤄낸 '룰라 주의'에 열광하는 것이다.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이를 두고 "룰라가 실용 중도좌파 노선과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로 상징되는 '룰라 주의'라는 상품을 라틴아메리카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룰라는 남미, 나아가 중남미 각국의 대선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다.

2009년 3월 엘살바도르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푸네스 후보는 2006년 룰라의 재선과 2010년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당선을 이끈 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의 선거 귀재로부터 도움을 받아 승리했다.

이번 페루 대선에서도 우말라 캠프에 PT의 선거 전문가들이 합류했으며, 우말라는 룰라의 선거 전략을 본뜬 공약으로 자신을 둘러싼 과격 이미지를 털어내고 표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좌익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과 해방신학에 뿌리를 둔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을 중도좌파 정치인으로 변신하게 한 것도 룰라였다.

'룰라 주의'를 학문적으로 해석하는 쪽에서는 '브라질리아 컨센서스'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신자유주의 출발이 된 '워싱턴 컨센서스'와의 차이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리아 컨센서스'는 민주주의 틀 안에서 거시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소외 해결과 자원에 대한 주권 강화에 주력한다는 개념으로, 남미에서 좌파 정권이 대세를 이루는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컨센서스'를 충실히 따른 알란 가르시아 현 페루 대통령 정부는 외국인 투자 유치와 시장개방에만 주력했을 뿐 사회정책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이는 '브라질리아 컨센서스'에 가까운 우말라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브라질리아 컨센서스'는 다름 아닌 브라질의 경험에서 나왔다. 룰라 이전의 우파 정권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따랐다가 국내 산업 기반 붕괴와 막대한 외채, 경기침체, 극심한 사회적 불평등, 실업 문제를 남겼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연구기관 '미주 대화'의 소장인 마이클 시프터 조지타운대 교수는 남미 지역에서 나타난 이 같은 변화 과정을 설명하면서 "'브라질리아 컨센서스'가 당분간 계속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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