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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전 안데스 문명 원동력은 옥수수

2013-02-27l 조회수 2435

`해산물 주식' 기존 가설 뒤집혀

 

(서울=연합뉴스) 5천년 전 지금의 페루 해안지역에서 옥수수가 활발하게 재배가공돼 주식으로 이용됐던 것으로 밝혀져 복잡하고 중앙집권적인 고대 안데스 문명을 일으킨 원동력에 관한 큰 숙제가 풀렸다고 사이언스 데일리와 BBC 뉴스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 필드 박물관의 조나선 하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고대 꽃가루 화석과 석기 및 분변화석(糞石)을 분석한 결과 당시 이 지역 주민들의 주식이 해산물이 아니라 옥수수였음을 밝혀냈다고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1970년대 중반부터 안데스 문명이 해양 자원을 기반으로 발달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학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최근 해안지대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도 옥수수와 관련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기원 전 3000년에 문화의 꽃을 피웠던 페루의 노르테 치코 지역에서 주민들의 주식은 옥수수였음이 밝혀졌다면서 이는 "남미의 초기 문화 역시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 인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농업에 기반을 둔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페루 수도 리마 북쪽의 사막 지대인 파티빌카 계곡과 포르탈레사 계곡에서 기원 전 3000~기원 전 1800년 사이에 옥수수가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가공되고 소비됐음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주거지와 쓰레기 구덩이, 제례실, 야영지 등에서 채취한 표본으로부터 모두 212개의 연대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은 옥수수 알갱이나 잎, 줄기, 자루 등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자료는 희귀했지만 옥수수 꽃가루는 풍부하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분석한 126개의 토양 표본 중 61개에서 옥수수 꽃가루가 발견됐다. 이는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 나온 것과 같은 비율이다.

 

연구진은 또 옥수수를 자르고 긁어내고 빻고 가는 데 사용된 석기 잔해 14개를 분석해 이 중 11개에서 옥수수 전분을 발견했다.

 

또 선사시대의 식습관을 반영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인 사람과 개, 기타 동물들의 분변화석 62개 중 43개에서 옥수수 전분과 식물석(식물의 조직에 들어 있는 규소 입자)이 발견됐다.

 

사람의 분석 34개 중에서는 68%23개에서 옥수수의 흔적이 나타났다. 옥수수 다음으로 많이 발견된 것은 고구마였다. 분석에서는 이 밖에도 멸치를 비롯한 물고기가 주요 단백질원으로 사용되긴 했지만 주요 열량 공급원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여러 발굴지, 여러 맥락에서 옥수수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옥수수가 단지 제례용으로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재배돼 양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농업이 전 세계 문명권에서 복잡하고 중앙집권화된 사회를 탄생시키는 강력한 경제적 기초가 됐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edd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2/27 10: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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