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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승승장구하면 뭐하나…민생고 해결이 우선

2013-07-09l 조회수 2107

축구 강국이자 신흥경제 대표선수로 활약하던 브라질의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예고된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곪아오던 내부 문제까지 뒤엉키면서 브라질 국민의 분노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중요금 인상으로 불거진 작은 불씨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비화되면서 브라질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속수무책이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7일 시내버스 요금을 3헤알(약 1550원)에서 3.2헤알(약 1660원)로 올리는 등 주요 도시의 버스와 철도 요금을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은 불만을 참아오던 시민들을 자극, 결국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사실상 이번 반정부 시위는 부정부패, 열악한 공공 서비스, 물가상승, 양극화 등 누적된 사회 불만이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릴 ‘2014 브라질 월드컵’과 맞물려 전국적 시위로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브라질 언론은 지난 19일 브라질 정부를 인용, “2014년 브라질에서 개최될 월드컵 예산이 280억헤알(약 14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2010년에 열린 남아공 월드컵보다 4배나 더 크다”고 전했다.

브라질 국민은 이에 “정부는 나라나 국민의 형편은 아랑곳없이 대규모 국가 행사에 천문학적 금액의 혈세를 마구 쏟아붓고 있다”며 “축구도 올림픽도 다 소용없다”는 구호까지 내걸고 정부를 성토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시위 초반 “월드컵에 들어가는 세금 때문에 의료, 교육 등 주요 분야 개선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의 도움을 더 많이 이끌어내 월드컵에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이었다.

궁지에 몰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4일 직접 나서 정치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의했을 뿐 아니라 교통, 의료, 교육 등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물론, 230억달러(약 27조원)를 투입해 대중교통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외신들은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한번 치솟은 시민들의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며 “월드컵을 물릴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향후 이를 통한 경제적 효과마저 미진하다면 정부는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정윤 yantingyun@ <ⓒ 이코노믹리뷰(www.econovill.com)> 2013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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