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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혐의 기소된 과테말라 전대통령 "미국이 배후"

2015-09-14l 조회수 1414

지난 8일(현지시간) 법원 심리에 참석한 오토 페레스 몰리나 전 과테말라 대통령.(AP=연합뉴스)

"나를 몰아낸 것은 준쿠데타" 주장법원, 은행계좌 동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세관 뇌물 비리 혐의로 구금돼 수사를 받은 오토 페레스 몰리나 전 과테말라 대통령이 자신이 축출된 것은 일종의 '준쿠데타'라며 미국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페레스 몰리나는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유엔 산하 기구에 압력을 행사했고, 지정학적인 이익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가 사건 이면에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중남미 TV네트워크인 텔레수르가 9(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레스 몰리나는 록사나 발데티 전 부통령과 전·현직 국세청장을 포함한 공무원 수십 명이 수입업체들에 관세를 덜어주고 수백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지난 2일 사임한 뒤 법원에 자진 출두했다가 8일 정식 기소됐으나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가 지난 4월 기업체 임원과 공무원들 간에 오간 수 만 건의 전화 감청과 이메일 분석 등을 근거로 의혹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페레스 몰리나는 "나는 결백하다. 나를 물러나게 하고 구금까지 시킨 것은 일종의 준쿠데타나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특히 자신이 부패 사건에 내몰린 것은 "정치적인 동기가 깔려있다"면서 활동 기간을 마친 CICIG를 과테말라에서 내보내려고 하는 시점에 쫓아낸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CICIG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지 않으면 과테말라를 포함한 중미 국가들의 미국 불법 이민자를 줄이기 위한 일자리 창출 등 2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8월 보도한 바 있다. CICIG의 활동은 이달이 기한이었으나 2년간 연장됐다.

 

페레스 몰리나는 "CICIG는 정의를 구축하기 위한 단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일한다. 미국이 개입해 압력을 넣으면서 실질적으로 지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개입된 이번 일의 배경에는 과테말라뿐 아니라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등 중미 국가들에 대한 지정학적인 이해관계도 배경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CICIG2006년 말 과테말라 정부의 무장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를 도울 목적으로 결성됐다. 콜롬비아 준군사조직과 정치인 간 유착 관계를 수사해 명성을 떨친 검사 출신의 이반 벨라스케스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페레스 몰리나는 8일 불법단체 결성, 뇌물 수수,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법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를 구치소에 구금한다고 명령했다. 그는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의 병영 내부에 정치범을 주로 수용하는 구치소에 구금됐다. 법원은 70만달러가 들어 있는 페레스 몰리나의 은행 계좌를 지난 9일 동결했다. 페레스 몰리나의 변호인측은 보석이나 조건부 석방 등의 형태로 구금을 풀어달라고 상급법원에 항소했다.

 

출처: 연합뉴스(2015.9.11.)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5/09/11/0607000000AKR201509110031510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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