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은 민주주의 결정체…한국 민주주의 성숙했구나 생각"
"전쟁으론 어떤 문제도 풀 수 없었다…대화가 가장 중요"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중미 국가의 경험으로는 전쟁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고, 평화협정 체결이나 서로 간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1986∼91년 과테말라 대통령을 지낸 비니시오 세레소(75) 중미통합체제(SICA) 사무총장은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한 중미 국가들의 인식을 질문받자 "북핵 문제의 경우 한반도뿐 아니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기에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레소 총장은 역사 문제와 북한 문제 등에 기인한 갈등으로 안보협의체 등 지역 공동체 기구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동북아에 SICA의 경험에 비춰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중미국가들도 통합체제를 만들기까지 게릴라전 등 전쟁을 겪으면서 서로 불신했다"며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방법이 대화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가간의 통합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화를 통해 신뢰가 쌓이면 국가 간에 대립하는 상황도 적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벨리즈 등 중미 8개국이 정회원인 SICA는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적 통합을 통한 중미 지역의 자유, 평화, 민주주의 및 경제 발전 달성을 위해 1993년 정식 발족했다.
19세기 스페인에서 독립한 뒤 중미연방을 구성했던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니카라과·코스타리카는 1838년 내전을 거쳐 각각의 나라로 분리된 뒤 온두라스-니카라과의 국경 분쟁,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간의 이른바 '축구전쟁'(1969년) 등에서 보듯 오랫동안 갈등하다 SICA를 매개삼아 통합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SICA의 '역외 옵서버 국가'인 한국은 SICA와 1996년, 2005년, 2010년 등 3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총 12차례 걸쳐 한-SICA 대화협의체 회의를 개최하는 등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왔다.
세레소 총장은 SICA의 최대 이점은 경제·상업 분야에 있다고 소개한 뒤 "중미 개별 국가의 경우 그 나라가 가진 상업적 공간이 작은데 중미통합국가로 뭉치면서 (8개 회원국의) 인구가 5천700만 명으로 늘고, 늘어난 만큼 시장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본, 중국과 (SICA와 유사한) 통합체제를 이룰 수 있다면 중국의 인구가 엄청나니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은 중미와의 FTA를 통해 중미 국가에서 새로운 상업 시장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중미 국가들에 있어서 한국이 새 시장인 이유는 한국이 중미 국가에 대한 많은 관심, 특히 커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지금 한-중미 FTA 체결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결과를 내다보고 있다"고 부연했다.
세레소 총장은 한-중미 간에 체결된 기존 협력 양해각서(MOU)들의 후속 조치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이번 방한의 목적도 현재 진행중인 한국 여러 정부기관과의 MOU를 재확인하고 내년 협력 사업을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한국과 중미 국가의 협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됐는데 중미 국가에는 큰 도움이 됐다"며 "특히 경찰 분야에서 경찰청과의 협업이 있었는데 경찰 훈련 프로그램이라든지 기술적인 분야의 협력에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경찰청과의 협업은 중미 국가의 여성 인권을 좀 더 신장시키는 계기도 됐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수사에 대해 많은 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정부 부처 사람들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굉장한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세레소 총장은 "한국을 생각할 때 처음 떠오르는 것은 성공한 나라라는 이미지"라며 "개발 분야와 관련해서 이전에 한국이 가지고 있던 개발의 문제(저개발 문제)가 해결됐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미 국가들은 한국을 동경의 눈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민주화 투쟁이 한창이던 1986년, 30여년의 과테말라 군부독재에 종지부를 찍고 대통령에 취임했던 세레소 총장은 한국의 '촛불혁명'을 아느냐는 질문에 "민주주의의 완전한 성숙이자 거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며 "'촛불혁명'을 보며 한국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성숙했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세레소 총장은 "민주주의가 그 사회에 문제가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민주주의라 함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출처: 연합뉴스 (2017.12.10.)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7/12/08/0607000000AKR201712081401000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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