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된 후지모리 페루 전 대통령 "국민에 용서 구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반인권, 부패 혐의로 25년형을 받고 12년째 복역하다 사면된 알베르토 후지모리(79) 전 페루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신의 통치기간 있었던 일에 대해 사죄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사면 이틀 후인 26일(현지시간)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영상을 올려 "나의 정부가 한편으로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포들을 실망하게 해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사면 결정에 놀랐다"며 "기쁨과 슬픔이 혼재된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고 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겨 병원으로 이송된 그는 이날 영상도 흰 가운을 입고 병상에서 찍어 올렸다.
일본계 페루인인 그는 1990∼2000년 집권 기간 학살과 납치, 횡령 등으로 2009년 25년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해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선고공판에서조차 무죄를 주장했었다고 AFP는 전했다.
지난 24일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은 '인도적 이유'로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탄핵위기에 직면한 쿠친스키 대통령이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국회의원인 켄지와 '탄핵안 부결'이라는 이면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 라이트 워치는 사면 결정을 "저속한 정치적 협상"이라고 비판했다.
거리에서는 그의 사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후지모리는 살인자이자 도둑"이라며 "사면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쿠친스키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후지모리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거론하며 "아웃 PPK(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를 외쳤다.
후지모리 정권의 희생자 가족들도 시위에 참여했다. 희생자 가족 대표 히세야 오르티스는 "불법 사면을 거부하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최루탄을 쏴 시위대의 병원 진입을 막았다.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의 남미 대표 아메리고 잉칼카테라는 성명을 내고 "페루 대통령은 사면을 독단적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며 "이번 결정은 사면에 대한 저항 측면에서 페루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적 전환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연합뉴스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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