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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좌파연대의 대선 후보로 돌아온 로페스 오브라도르

2011-12-22l 조회수 2815


조영현(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HK연구교수)
 
  멕시코 좌파연대
(PRD, PT, Partido de Convergencia)는 지난 114일부터 6일까지 여론조사 및 당내 의견 수렴을 통해 다른 당보다 앞서 2012년 대선 후보를 확정지었다. 경선 승리의 주인공은 2006년 대선에서 0.57%(25만 표)의 득표율차로 칼데론 대통령에게 석패했던 민주혁명당의 로페스 오브라도르(Lo?pez Obrador)였다. 1113일 치러진 미초아칸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혁명당이 근소한 차이로 제도혁명당에 패한 충격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최종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이미 모든 여론조사 지표들은 그의 승리를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
7월 레포르마 그룹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강성 좌파 이미지를 가진 오브라도르가 66%의 지지를 받은 반면, 현 멕시코시 시장으로 온건 좌파를 대표하는 마르셀로 에브랏(Marcelo Ebrard)27%의 지지를 획득한 데 그쳤다. 여론조사 기구인 미토프스키(Mitofsky)가 지난 10월에 실시한 좌파 3 당의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71%를 획득한 오브라도르는 18% 지지를 받는데 그친 마르셀로 에브랏을 가볍게 누르고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브랏은 자신이 속한 민주혁명당 내부 조직들을 충분히 장악하지 못했고 시민사회 내부의 기반도 약한 단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결과가 보여준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목소리를 가진 멕시코 좌파를 통합할 수 있는 구심점은 로페스 오브라도르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2006년 대선 패배 이후 지난 5년 간 전국 각지를 돌며 다양한 좌파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입지를 넓힌 노력의 결과이다.


  마르셀로 에브랏은 최종 결과 발표에 승복했다
. 그는 분열된 좌파는 결국 파멸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오브라도르에게 광범위한 진보 진영의 연대와 조직화를 제안했다. 게다가 오브라도르 측에게 정치 1번지인 멕시코시티의 차기 시장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양도 받았다. 경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자신의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지분도 확보했다. 그는 대중에게 각인된 긍정적 이미지와 탁월한 행정 능력을 기반으로 2018년을 준비할 토대를 마련했다.


  오브라도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이
2006년 대통령에 취임했더라면 멕시코가 폭력과 치안부재, 경제침체의 위기 상황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무엇보다 당내 인사뿐 아니라, 인권단체와 시민운동 지도자들을 포함하는 공동의사결정기구를 만들고, ‘진보주의 운동도 일으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직범죄와 싸우고 있는 군대를 6개월 내 병영으로 복귀시키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야기된 사회적 불안을 일신하고 진보와 정의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그는 지난 28년 간 멕시코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동시에 일자리 창출 요구나 젊은 층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폭력과 치안부재의 상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멕시코 사회가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려면 가장 먼저 사회 정의를 이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오브라도르는 자신에게 언론이 덧씌운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 타협하지 못하는 좌파의 카우디요(Caudillo)’, 강경 노선의 엑스프레소 좌파이미지를 완화해 부드러운 카푸치노 좌파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연설문에서도 과두지배자들을 향해 자주 사용하던 권력 마피아들이란 공격적인 용어들이 사라지고 있다. 급진적이고 강경한 발언들은 생략되거나 부드러운 표현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런 노력 외에도 자신이 한 때 언론 마피아라고 비난했던 텔레비사(Televisa) 같은 대중매체나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화해 손길을 내밀고 있다. 최근에는 더욱 빈번히 자신이 멕시코의 룰라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페루 대선에서 오얀타 우말라가 강경 이미지를 유화시켜 페루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그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2006년 대선 이후 실추된 이미지와 중산층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려는 전략 속에서 나오는 행동들이다. 특히 기업 등 민간 부문에 대한 접촉 빈도를 늘려가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각인시키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다른 잠정적 대권 후보자들이 가지지 못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 대중 연설에 뛰어나며 토론에도 능하다. 집권 욕이 강하며 정적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함정 속에서 살아 돌아온 전력도 있다. 그의 정치 역정을 살펴 보건데, 위기를 정면 돌파해 기회로 만드는 능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수의 좌파 그룹에 해당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신하지 않을 확실한 열성 지지층도 가지고 있다. 오브라도르는 그 동안 계속되던 좌파의 분열에 종지부를 찍고 대선후보로 선출되었다. 다른 당 후보에 앞서 가장 먼저 공식 대선 후보가 되었으며 대권을 향한 첫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국은 결코 오브라도르에게 유리하지 않다
. 아직도 그에 대한 중산층이나 기업, 언론의 반응은 차갑다. 이것은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아직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지표는 제도혁명당의 페냐 니에토(Pe?a Nieto) 후보가 대선 고지에 가장 접근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권자의 50% 이상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 당 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파비오 벨트론에스(Fabio Beltrones) 상원의원이 사퇴함에 따라 페냐 니에토의 대선 가도에 파란 불이 켜졌다. 제도혁명당은 내부 분열 없이 페냐 니에토 후보를 대선 후보로 공식화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대선에 임할 수 있게 되었다.


  대선까지 아직
7개월이란 적지 않은 기간이 남아있으며, 본격적인 선거유세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여론조사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대선까지 수많은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년에는 대통령 선거를 4개월 앞두고 당선이 확실시 되던 제도혁명당 후보 루이스 도날도 콜로시오(Luis Donaldo Colosio)가 암살당한 일이 있으며, 2006년 대선에서도 8개월 전 2.5%의 지지율에 머물던 국민행동당의 칼데론 후보가 예상을 뒤엎고 당선되는 이변을 낳은 일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전문가들은 오브라도르가 제도혁명당을 어떻게 견제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본다
. 따라서 오브라도르가 제도혁명당이 지난 72년 간 억압과 권위주의, 부정선거, 비민주적 행태를 일삼았던 부패한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제도혁명당의 귀환은 곧 멕시코 민주주의의 후퇴요 과거로의 회귀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또한 국민행동당에 대해서는 지난 12년간의 실정을 집중 공격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5만 명의 희생자를 낳은 테러와의 전쟁, 치안부재 상황과 경제침체가 주요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멕시코 언론과 대중매체는 유력 후보 페냐 니에토와 함께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낸 정치 구단 오브라도르가 내년 대선에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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