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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복_20100815_이란의 핵문제와 브라질의 외교

2011-03-03l 조회수 2511

브라질의 외교정책은 전통적으로 보편주의와 자주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기서 보편주의는 평화와 평등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며 자주성은 외교에 있어서 어느 한 국가에 치우치거나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자율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입각하여 룰라정부 때부터는 국제 사회에서의 자국 영향력을 최대한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룰라정부 때부터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잇는 이른바 남남정책을 추구하면서 아프리카를 포함하여 아랍 국가들과 정기적으로 정상회담을 개최해왔다. 그런데 브라질 정부의 이러한 외교정책이 최근 들어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이란의 핵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하면서 브라질의 외교정책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난 6월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란의 농축우라늄 생산과 그에 따른 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들어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브라질은 미국과 서구유럽의 압력을 받고 있던 이란 편을 들면서, 터키와 더불어, 중재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던 것이다. 이때 브라질이 내세운 논리는 이란에 대한 미국과 서구 유럽의 압력이 오히려 아랍지역에서의 급진주의를 강화시킬 뿐이라는 것이었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있기 3주일 전인 지난 5월 17일, 브라질은 터키와 더불어 이란과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공동성명의 첫 항을 보면 3국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TNP)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며 동 조약의 주요 관련 항목에 의거, 이란을 포함한 모든 회원국은 평화적인 목적을 위해, 차별 없이, (농축활동을 포함한 핵연료의 처리와 같은) 핵에너지의 연구와 생산 그리고 이용을 진전시킬 권리가 있음을 상기한다”고 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브라질의 외교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제는, 핵확산금지조약의 일원으로서 핵문제에 있어서는 최대한 오픈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브라질이 IAEA의 사찰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있는 이란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과 유엔안보리의 임시 회원국인 브라질이 안보리의 결의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자가당착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 룰라 정부와 여당인 노동자당 내의 반미성향과 연관되어 있으며 여기에 룰라대통령의 균형을 잃은 듯한 시각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현 이란 정부에 대한 룰라대통령의 지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6월 이란의 대선이 사기라고 주장하며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를 벌였던 이란인들을 향해, 리우데자네리우의 전통 축구 구단을 비유하면서, 그것은 플라멩구팀과 바스쿠팀 간의 싸움이라고 언급함으로써 신중치 못한 태도를 보였었다. 또 그의 신중치 못한 자세가 드러난 사례는 더 있다. 같은 해 11월에는 온두라스에서 축출된 마누엘 살라이아 대통령에게 테구시갈파에 있는 브라질 대사관에 은신처를 제공하여 그로 하여금 브라질 대사관을 그의 임시 망명정부처럼 쓰도록 내버려두었다. 나아가 올 3월, 쿠바의 반체제 인사였던 오를란도 사파타가 단식투쟁을 하다가 사망한 시점에 아바나를 방문했던 룰라는, 구속 수감된 쿠바의 반체제인사들을 브라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쁜 패거리들(bandidos comuns no Brasil)로 비유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균형감각을 잃은 채 편협화 되고 있는 듯한 룰라의 시각은, 8월 10일 유엔의 대 이란 제재 결의안에 찬성함으로써 스스로의 한계와 모순을 드러내고 말았다. 룰라의 안보리 결의안 서명 직후 브라질 외무장관인 세우수 아모링은 브라질이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에 반대하지만 서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이 브라질 경제와 기업들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과 브라질의 외교적 전통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물론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브라질의 대 이란 교역량이 20억 달러에서 12억 달러로 이미 줄어가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룰라의 이러한 모습은 차기 유엔 사무총장직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그에게 적잖은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