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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형_20100326_아이티원조의 문제점

2011-03-02l 조회수 2439

포르토프랭스에 지진이 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TV에 비춰진 도시는 여전히 황량하다. 운동장, 광장, 공공건물 등 공지에 갑바로 세운 긴급 난민촌이 곳곳에 들어섰지만,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원조가 끊이지 않고 들어오지만, 구호활동을 둘러싼 문제점도 돌출되고 있다. 이제 국제 언론의 보도도 줄고 있다. 칠레 지진이 아이티 이야기를 덮었다.
  미주개발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아이티 재건에 14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란다. 연간 국민총생산액의 두 배나 되는 거금이다. 강진이 지나간 칠레의 복구에는 3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금액은 칠레 국민총생산액의 2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칠레는 구리 특수로 벌어들인 비축자금도 있고, 차관을 얻을 수도 있다. 아이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국제기구와 관계 국가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협조를 해야만 재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진 초기에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하던 국제기구들도 정작 행동에는 굼뜨다.
  원조를 둘러싼 문제점도 많다. 첫째, 원조국은 모두 자국 이득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아이티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조와 복구 작업의 주도자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아이티 구호작업을 카리브 해역의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바라본다. 하지만 아이티 사람들은 19년간 미 해병대가 주둔했던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종속과 자결의 이분법이 아이티 국민들에겐 자연스럽다.
  둘째, 원조액도 아이티 사람들이 정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한 독립 연구소의 평가에 따르면, 원조액 80%가 원조국 내에서 사용되거나 소비된다고 한다. 물품을 보낼 경우, 현지의 수요와 괴리를 보일 수도 있다. 
  둘째, 원조는 아이티 사람들의 생업과 시장 질서를 재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생산성이 높은 가족영농이나 가내공업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지원단이나 돈을 건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농기술을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티는 1980년대에 식량을 자급했지만, 지금은 식량의 60%를 수입한다. 
  셋째, 복구 작업에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식목작업이다. 아이티 전역은 민둥산이다. 대체 에너지원이 없기 때문에 모두 나무를 잘라다 조리를 한다. 허리케인이 불 때 마다 아이티 전역은 홍수 피해를 입는다. 대지는 빗물을 조금도 가두지 못한다. 나무가 없어 대지가 물을 가둘 수 없다면 생산성이 높은 영농은 물론이고 식수마저 공급하기 어렵다. 대규모의 산림녹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또 나무가 잘리지 않도록 천연가스와 가스버너도 나눠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허리케인, 홍수, 피해, 저발전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에서 아이티 돕기 운동을 힘차게 벌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전 세계가 아이티를 원조하는데 열심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장점을 잘 살려 도울 수 있다. 우리는 짧은 시기에 민둥산을 녹화하는데 성공했고, 산림녹화 사업에 관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국민들 모두가 나무 1주씩을 기증하고, 우리의 녹화 기술이 전수가 된다면 아이티의 발전에도 장기적으로 크게 기여할 것이다. '녹색성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정부가 아닌가. 아이티에 나무 심는 일만큼 녹색성장의 가치를 잘 홍보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아이티 원조가 녹색원조나 녹색외교로 이어지면 국제사회에서도 주목할 것 같다. 모두 아이티에 나무 한 주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