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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현_20100416_멕시코 사제들의 성추행 스캔들

2011-03-02l 조회수 3072

멕시코는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신도 수를 보유한 국가이다. 교회의 자체 통계에 의하면 멕시코 주민의 86.67%가 가톨릭 신도 이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11016명의 교구사제와 3602명의 수도회사제가 활동하고 있다. 총 14618명의 신부가 6101개의 본당에서 봉직하고 있다.
최근 성추행 희생자들이 만든 한 단체는 미국 내에서 성추행과 관련됐으리라고 의심되는 40명의 사제들이 멕시코로 들어와 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들 대부분이 멕시코 국적자라고 밝혔다. 교회 대변인은 지난 9년간 100건의 멕시코 신부들에 의한 소아 성추행 사건이 교황청에 접수되었다고 밝혔다. 이것은 멕시코 전체 성직자 중 0.69%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그 전에도 성직자들에 의한 성추행 사건들이 발생했지만, 멕시코 신부들이 공개적인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주로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나 성당에서 봉사하는 어린 복사들이 소아성애(小兒性愛) 성향을 가진 사제들에 의해 희생자가 되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교회는 자신의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쉬쉬했다. 많은 경우 성추행 사제가 계속 성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타 지역 교회나 다른 나라로 파송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멕시코시의 대주교인 로베르토(Norberto Rivera) 추기경은 미국 내 멕시코 신부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나 미국 법정에 고발당한 바 있다. 신문기자들은 교회의 은폐와 사법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동일 범죄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2010년 3월 25일 ‘그리스도의 전사회(Legionario de Cristo)’ 총장은 그동안 부정했던 창립자 마르시알 마시엘(Marcial Maciel) 신부의 부정과 성추행 행위에 대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서한을 회원들과 신도들에게 발송했다. 이 수도회는 ‘그리스도의 백만장자들’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는 수도회이다. 이 단체는 여러 나라에서 상류층 자제들의 교육을 담당하며 막강한 자금을 이용해 멕시코와 바티칸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마시엘 신부에 대한 고발장이 바티칸에 접수되었고, 2004년 마시엘 신부는 수도회 총장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 된 후 이 사건을 덮었다. 마시엘 신부가 고령인데다 마약 중독에 의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한 로베르토 추기경도 공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마시엘 신부의 사건을 조사한 기자들이 책을 출판해 이 사실을 알렸으나 서점에서 이 책들은 곧 바로 사라졌다. 오히려 이 책의 저자들은 교회를 음해한다는 이유로 수도회와 신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그러나 마시엘 신부가 2008년 87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2년이 지나자 수도회 총장은 마시엘 신부가 두 명의 여인으로부터 3명의 자녀를 두고 이중생활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더 부도덕한 것은 이 신부가 자기 아들을 성추행했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멕시코 가톨릭교회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쳤다.
미국에 이어, 호주, 아일랜드, 독일, 브라질 등 전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스캔들이 발생하고, 교황이 아일랜드 국민들에게 공개서한을 통해 사죄하는 등 사태가 급변하자 멕시코 가톨릭교회도 침묵만 지킬 수 없었다. 그래서 2010년 4월 2일 멕시코시 수석 대주교 노베르토 리베라 추기경은 남색과 관련된 어떤 사제도 용서하거나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제로 관용”을 선언했다. 그리고 만일 이런 범죄를 아는 사람들은 사법 당국과 교회 당국에 고발할 것을 종용했다. 교회 구성원들에게는 이런 병리적인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사제 후보자나 신학생들이 되지 않도록 그 선정에 있어 엄밀한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실추된 가톨릭교회의 위상은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이 문제는 단순한 반성이나 선언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은 멕시코 뿐 아니라 사제독신제를 채택하고 있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