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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현_20100315_멕시코: 사신숭배에 물들다

2011-03-02l 조회수 3133

가톨릭 신도들이 대다수인 멕시코에서 섹트(secta)나 이단이 번창하고 있다. 반사회적 이미지를 풍기는 사신숭배도 그 중 하나이다. 때삐또와 북부 국경지대에 많은 신도를 확보한 이 종교는 낫을 든 해골 형상의 ‘죽음의 천사(Santa muerte)’를 숭배한다. 이 신상 주변에는 항상 꽃, 음식, 담배, 대마초, 떼낄라가 놓여있다. 거리에는 이 사신상(死神象)을 새긴 성상, 매달, 초 등의 판매가 급증한다. 멕시코시티 가톨릭교회 대변인은 군부대와 감옥에서 사신숭배처럼 섹트들이 번성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재소자와 병사들의 건강한 믿음에 해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이단들의 영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가톨릭 신자 교육을 강화하고, 군종사목을 효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신숭배 현상은 단지 군부대와 감옥에서만 번창하는 것이 아니다.
  2010년 3월 3일 공개적인 종교행사로는 처음으로 게이결혼식이 멕시코시티에서 열렸다. 사신숭배교회의 대주교인 다비드 로모가 주례한 의식이었다. 그는 “우리가 축복하는 것은 그들이 느끼는 사랑이다. 사랑엔 성차별이 없다. 하느님은 이웃을 사랑하시고 어떤 성적 선호성을 가졌든 상관없이 모든 인간을 사랑하신다”라고 선언했다. 2009년 12월 21일 멕시코시티 의회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한 이후 처음으로 거행된 종교행사였다. 멕시코 정부는 단지 시민결혼(matrimonios civiles)만 법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다. 따라서 이 주교가 주례한 동성 간의 결합이 법적 효력을 지닌 것은 아니다. 멕시코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동성 간의 결혼을 비도덕적이라고 반대하는데 반해, 사신숭배교회는 게이의 존재와 동성 간의 사랑이 존재하는 현실을 수용하고 있다. 다비드 로모 대주교에게 게이들의 결혼은 숨어서 낙인찍힌 상태로 사는 많은 사람들의 해방을 의미한다.
  이 사신숭배교회는 최근에 언론에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 교회의 공식명칭은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적이며, 전통적인 멕시코 교회’로 다소 길다. 가톨릭교회가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신숭배교회는 가톨릭교회라는 명칭도 자의적으로 사용한다. 가톨릭을 포함한 그리스도교의 다양한 종파들은 이 교회가 악마적 숭배형태를 가졌다는 점 때문에 단죄했다. 그러나 이 종교가 그리스도교와 서구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 종교가 아즈텍과 마야의 신, 죽음에 대한 원주민들의 독특한 시각 뿐 아니라 가톨릭 종교요소들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도들의 출신성분도 이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하는데 기여한다. 사신숭배교회 측의 통계에 따르면 신도가 오백만 명 정도라고 하지만 이 수는 과장된 것이다. 다른 통계는 신도가 약 이백만 명 정도일거라고 추산한다. 신자들 대부분이 극빈층이며 마약거래, 강도, 밀수, 조폭, 인신매매, 불법행상 등 여러 형태의 불법적인 일이나 범죄와 관련되어있다. 멕시코 사신숭배의 성소라고 여겨지는 곳은 멕시코 정부도 마음대로 건들지 못하는 때삐또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도 전국에서 이 종교를 믿는 신자들은 사랑, 애정, 행운, 돈, 보호를 갈구하며 사신상을 숭배한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나 가톨릭교회 측은 사신숭배가 번창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미 가톨릭 측에서는 이런 해로운 신앙을 근절하기 위해 신자들의 교육을 강화했다. 이단에 대한 소극적 사목정책에서 선회해서 그 확장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 측도 2003년 예배법과 종교단체법에 따라 사신숭배교회의 종교등록을 허가했던 것과 달리, 2005년에는 그 등록을 철회했다. 민속적 요소가 강했던 초기 이미지와 달리 범죄와의 연관성이 점차 부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신전과 제단의 파괴를 명령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멕시코 누에보 나레도 지역에서만 30여개 제단들이 파괴되었다. 폭스 대통령과 깔데론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후 강력하게 추진한 ‘범죄와의 전쟁’도 범죄자들의 온상처럼 여겨진 사신숭배교회에 큰 타격을 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멕시코 사회 내 폭력이 증가하고 범죄, 가난 등 불안요소가 많을수록, 이런 종교는 계속 번창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비드 로모 대주교는 사신숭배 예배를 위해 대대적으로 멕시코시에 대성당을 짓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