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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_200909_페루 아마존 원주민의 역사적 승리

2011-03-02l 조회수 3173

지난 8월 22일은 66개가 넘는 원주민 부족들로 이루어진 페루 아마존 원주민 운동의 역사에서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 날은 페루 정부의 무차별적인 아마존 지역 개발에 대해서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영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온 투쟁이 의회에서 결실을 맺은 날이다. 페루 원주민 운동단체인 AIDESEP(the Inter-Ethnic Association for the Development Peruvian Rainforest)의 대변인은 이 날을 페루 원주민에게 신 새벽이 열린 날로 경축했다. 하지만, 법령들의 폐지에 반대해왔던 대통령 알란 가르시아(Alan Garc?a)는 “역사적인 오류”라고 개탄해 마지않았다.
페루 아마존 원주민들과 정부 간에 갈등이 시작된 것은 올 4월에 외국자본을 통해서 아마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알란 가르시아가 추진한 몇 가지 법령들을 아마존 원주민들이 거부하면서부터였다. 아마존 지역 원주민들은 그러한 법령들이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공동체적 권리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면서 그것들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더구나 그러한 법령들은 사전에 원주민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제정된 것이었다. 원주민들은 “개발”과 그와 관련된 입법 과정에 원주민들도 참여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원주민의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의 협약 169를 정부가 이행하도록 한 것이기도 했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자 아마존 원주민들은 도로를 점검하고 가스 파이프라인 밸브를 잠그는 등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가르시아는 이에 강력히 대항하면서 아마존 지역의 경제적 잠재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외국자본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갈등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게 된 것은 6월 5일 정부가 아마존의 바구아(Bagua) 지역에 경찰과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원주민들과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서였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 10명과 경찰 24명이 죽었다.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오자 페루 의회는 9개의 법령 중에 2개를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나머지 법령들도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주 동안에도 계속해서 원주민들은 새 법령들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페루의 아마존 지역과 해안지대를 연결하는 핵심지역인 바구아에 있는 페트로페루(PetroPeru) 석유회사의 석유 파이프라인과 아르헨티나 기업 플러스페트롤(PlusPetrol)의 천연가스 저장고 등 중요한 시설들을 점령했다.
이에 정부는 처음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점령 2주째가 되자 8월 18일 로레토(Loreto) 지역과 바구아지역과 쿠스코 등 몇몇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을 투입했다. 원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8월 20일 국회의장 하비에르 벨라스케스 케스켄(Javier Vel?squez Quesqu?n)은 AIDESEP 지도부를 만났다. 거기에서 의장은 8월 22일에 두 가지 문제, 즉 1015와 1073법령을 폐지하는 것과 원주민의 관심사와 문제들을 논의할 특별 회의를 소집하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8월 22일 의회에서 여러 시간의 논쟁과 토론이 이루어진 끝에 기권 없이 찬성 66표와 반대 29표로 법령 1015와 1073을 폐지하는 법령 2440이 통과되었다. 법령 1015는 원주민들의 공유지를 분할하고 판매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는 법령이었고 1073은 그것을 수정 보완한 것이었다. 이 두 법령의 폐지로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들의 존엄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것은 페루 원주민운동의 역사상 일대 쾌거를 이룬 사건이다. 원래 페루는 원주민운동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나라로 인식되어 왔다. 대표적인 원주민 운동으로 널리 알려진 18세기 말 투팍 아마루(T?pac Amaru) 반란 이후, 페루에서는 원주민 운동이 그다지 활발하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된 데에는 원주민운동 조직 간의 분열, 원주민 지식인들의 부재, 광대한 지리적 조건과 너무나 다양한 원주민 구성, 아주 배타적이고 인종주의적인 페루 정부, 게릴라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의 운동의 영향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페루의 원주민운동은 이웃 국가인 볼리비아와 에콰도르에 견주어 볼 때 예외적인 경우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벌어진 페루 아마존 원주민들의 투쟁과 그 성과는 그간의 이러한 인식을 완전히 깨버리기에 충분했다. 안데스지역의 원주민 인권 행동단체인 CAOI의 총책임자인 미겔 팔라신(Miguel Palacin)은 “이제 페루 원주민운동은 더 이상 안데스 지역의 다른 나라들의 원주민운동보다 약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새로 조직된 원주민조직들은 이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원주민운동이 급성장하게 된 데에는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경과 원주민과 관련된 정치의 영역으로 아마존 지역이 들어가게 되었던 것의 영향이 크다. 이제 페루 아마존 원주민조직들은 아마존 지역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서, 노조, 환경단체, 농민조직, 여성조직 같은 다른 운동 집단들과 연대하여 지배체제의 ‘권력의 식민성’을 깨는 것으로까지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