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뉴스

김윤경_200910_에콰도르의 원주민들, 코레아(Correa) 대통령과 최후 협상을 벌이다.

2011-03-02l 조회수 3732

2009년 10월 5일 에콰도르의 대표적인 원주민운동 조직인 CONAIE의 대표들 150여명과 코레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수도 키토에서 만났다. 그 만남은 CONAIE가 총파업을 선언한 지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에 앞서 지난 토요일 정부 대표들이 아마존 지역으로 파견되었다. 그들은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대화를 위한 의제를 설정하기 위한 작업을 벌였다. 코레아 대통령은 그 전 날 연설을 통해서 CONAIE 지도자들을 “두 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아 대통령이 원주민들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데에는 외형상으로는 CONAIE의 요구에 대통령이 응한 셈이었지만, 지난 9월 말부터 촉발된 원주민들의 무력시위의 영향이 컸다. 원주민이 주축이 된 사회운동 조직들의 계속된 시위로 코레아 대통령이 얼마 되지 않은 재임 기간 중 최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CONAIE가 이끄는 전국의 원주민조직들이 9월 28일 자정부터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을 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시위는 전국 7개 지방으로 퍼져 나갔는데, 가장 격렬했던 곳은 아마존 지역의 모로나 산티아고(Morona Santiago)와 파스타사(Pastaza)였다. 9월 30일 슈아르(Shuar) 원주민이 사는 이 지역에서 경찰과 원주민 간에 무력 충돌이 일어나 원주민 1명이 죽고 경찰 29명과 원주민 9명이 부상당했다.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코레아 대통령은 원주민이 경찰에게 총을 발사했다고 주장하며 원주민들이 유혈사태의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CONAIE의 간부인 움베르토 촐랑호(Humberto Cholango)는 사태의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 “항구 동원령(mobilizaci?n permanente)"을 선포했다.
이처럼 원주민들과 좌파 성향의 코레아 대통령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는 광산과 수자원에 관한 법, 특히 지난 1월에 제정된 광산법에 있었다. 갈등은 이미 2008년에 코레아 대통령이 원주민 지역에 있는 천연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양도하는 데 원주민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CONAIE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올해 1월 12일에 킨로스 골드(Kinross Gold), 이암골드(Iamgold) 같은 캐나다 광산회사들에게 광산 개발을 허용하는 광산법을 의회가 통과시키자, 원주민과 대통령 간의 불화가 더욱 심화되었고 원주민들의 저항도 전국적인 범위로 확산되었다. 원주민들은 이 법이 초국적 기업에 의한 천연자원의 민영화를 초래하여 그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법에 강력하게 반대했다.
실제로 이 법의 2조는 공공정책 토론에 사적·공적 인사들의 참여는 허용하지만 광산개발의 영향을 직접 받게 될 원주민 공동체 주민들은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15조는 광산업을 공적인 활동으로 규정하면서, 공공의 선을 위해서라면 원주민의 토지를 몰수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16조와 28조이다. 16조에 의하면, 정부만이 “국익”을 정의할 수 있으며, 28조에 의하면 어느 기업이나 공동체와 원주민 토지에 있는 “광물자원을 자유롭게 채굴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법은 광산 개발을 통한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그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의 토지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분명했다. 
원주민들은 정부가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에게 의견을 반드시 물어봐야 하며, 원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그동안 라틴아메리카의 ‘개발’과정에서 완전히 무시당해온 원주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자신들의 권리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명이었다. 이에 대해 코레아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 법이 민영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원주민들을 우롱했으며, 특권을 잃은 몇몇 원주민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원주민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코레아의 이러한 태도는 원주민들의 불만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었다. 9월 30일에 발생한  유혈사태는 바로 이러한 갈등의 표출이었다. 
네 시간이 넘는 긴 협상 끝에, 정부는 원주민 이중 언어 교육체계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령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수자원법의 개정에 대해서 CONAIE와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하며, “항구적인 대화를 제도화하는 것”에 동의했다. 또한 정부는 CONAIE가 제안한 광산법의 개혁에도 귀 기울이고, 지난 수요일에 벌어진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태도는 일단 정부가 그간의 입장을 바꿔서 원주민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이 어떤 신념으로 얼마나 그 약속의 이행에 충실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서 CONAIE는 sumak kawsay와 다민족성이라는 맥락 속에서 “평화, 민주주의, 법의 통치라는 국가적 의제”를 지향하는 입장으로 대화를 해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안데스 지역에서는 정부에 대한 원주민들의 저항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의 각국 정부들은 아마존 지역의 유전과 광산에 대한 개발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원주민들은 선조 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달, 페루 원주민들은 피나는 투쟁 끝에 천연자원의 개발에 관한 법들을 원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개정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에콰도르의 원주민들도 페루의 원주민들처럼 정부의 무차별 개발계획에 제동을 걸고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코레아 대통령은 CONAIE가 이끄는 원주민운동의 정치적 힘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콰도르의 원주민은 총 인구의 30%를 차지할 뿐 아니라, 1997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쳐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