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뉴스

'민주·인권 엇박자' 오바마·카스트로 어색한 풍경 속출

2016-03-22l 조회수 1314

만찬장 재회(AFP=연합뉴스)

"오바마 기자회견 때 '좌파주먹' 대신 흐느적거리는 팔"

카스트로 "정치범 없다" 발언에 백악관 "쿠바와 명단까지 공유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역사적 회동에서 어색한 풍경이 속속 빚어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1(현지시간) 자사 트위터에 "오바마-카스트로, 아바나 만남의 불편한 마무리"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의 기자회견장 퇴장 직전 모습을 소개했다.


AKR20160322067051009_01_i.jpg

오바마-카스트로 역사적인 만남[AFP=연합뉴스]

 

양국 정상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가운데에서 만나 악수를 했다. 이후 카스트로 의장은 웃는 오바마 대통령의 왼쪽 팔을 잡고 들어 올렸다. 88년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인 만큼 양국의 관계를 앞으로 잘 다져나가자는 의미로 보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팔이 힘없이 꼬부라지면서 어색한 모양이 연출됐다.

 

AFP통신은 "'승리의 팔'을 들어 올리려는 카스트로의 노력은 완전히 실패했다""오바마는 주먹을 불끈 쥔 '좌파 상징' 대신 손목을 흐느적거리는 것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과 사진은 즉시 소셜 미디어에 퍼져 주목을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이 냉전적 적대관계를 청산했다는 의미가 크지만 양국 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두 정상은 대() 쿠바 봉쇄정책의 핵심인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특히 정치범 문제를 놓고는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기자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쿠바에 정치범이 없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을 미 백악관도 즉시 반박하고 나섰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에 쿠바에는 정치범이 있으며 "관련 업무를 맡은 2년 반 동안 수차례 쿠바 정부와 정치범 명단을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쿠바 정부에 비판적인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정부 정책에 항의하다가 체포되거나 구금된 인사만 1447명에 이른다. 백악관은 빠른 반박은 이번 방문을 두고 쿠바의 좌파 독재정권과 협조를 한다는 미 공화당의 주장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공산주의나 독재정권을 용인하는 것으로 비치는 인상적 장면은 고령이나 공화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로 거론된다.

 

실제로 공화당 대권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전날 유세에서 "수십 년 좌파들과 할리우드 진보인사들이 피델 카스트로(전 국가평의회 의장), 라울 카스트로에게 충성을 맹세하려고 쿠바로 성지순례를 떠났다"고 주장했다. 크루즈 의원은 "좌파들이 사악한 공산주의 독재자들을 찬양하는 꼴이 참 보기 좋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저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쿠바계 미국인의 이익단체인 '전미쿠바인재단'(CANF)은 자신들이 정치범으로 확인했다는 투옥자 4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미국 NBC 뉴스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정치범이 있으면 당장 석방하겠다는 카스트로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을 언급하며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오늘 무조건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쿠바에서 투옥된 적이 있는 후안 아돌포 페르난데스는 "카스트로 의장의 말은 아무 잘못도 시인하지 않겠다는 세계를 향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AKR20160322067051009_02_i.jpg

오바마-카스트로 역사적인 만남[AP=연합뉴스]


출처: 연합뉴스 (2016. 3. 22.)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6/03/22/0607000000AKR20160322067051009.HTML 

 첨부파일 (1개)